닫힌 판도라의 상자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MB정부에 레임덕이 찾아왔다. 청와대 불법 사찰을 어영부영 넘기는가 싶더니 이번엔 빼도 박도 못하는 파이시티 비리사건이 터졌다. 이명박 서울시장을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애쓴 6인회의 한 명인 최시중이 파이시티 사건에 연루된 것이다. 최시중(前방통위장)은 이명박과 같은 고향 출신이자 중학교 선후배 관계다. 그동안 EBS 사건, BBK 가짜편지 사건 등 숱한 의혹을 받았는데, 이번에 파이시티 사건에 또 걸렸다.

  ㈜파이시티 이 대표가 파이시티 인허가 관련 청탁을 하며 브로커 이씨를 통해 최시중에게 금품을 건넸다는 사실이 폭로되었다. 최시중은 금품수수를 순순히 인정했다. 당시 브로커 이씨의 운전기사였던 최씨가 찍은 사진(돈보따리를 건네받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검찰이 확실한 증거로 입수했기 때문에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파이시티 이 대표도 돈을 건넸음을 인정했고 브로커 이씨와 운전기사 최씨도 구속당한 상태다. 하지만 비리사실을 시인했다고 일이 간단하게 풀리지 않는다. 오히려 그의 주장 때문에 더 복잡하게 꼬여버렸다.

만약 그 돈이 대가성을 띤 것으로 밝혀지면 최시중은 중벌을 면할 수 없다. 처음에(23일) 그는 파이시티의 청탁을 들어준 게 아니고 단지 원래 친분이 있던 파이시티 이 대표에게 개인적으로 도움을 받은 것이라 주장했다. 또 그 돈을 개인적으로 필요한 곳(대선캠프의 여론조사 등)에 썼다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은 돈의 대가성을 따지기 위해 강력조사(?)를 펼쳤으며 돈의 대가로 파이시티 인허가 관련 청탁을 들어주었음이 밝혀졌다(24일). 그리고 단 하루 만에 그는 말을 바꾸었다(25일). 돈을 대선자금에 썼다는 것은 말실수였으며 대선자금과 관련이 없단다. 돈의 액수와 주고받은 이동경로는 대강 드러났다. 이제 그 후 돈이 어디에 쓰였는가가 남았다. 잠깐 나왔다 사라진 ‘대선자금’ 문제는 어떻게 되는 걸까?

  선거 당시 어떤 비리도 없었다며 MB정부의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부’라고 주장하던 근거가 흔들리고 있다. 물론 이전에도 MB정부에서 도덕성이란 건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었고, 당연히 민심은 이명박을 떠난 지 오래다. 심지어 당에서도 구원의 손길을 기다릴 수 없는 찬밥신세다. 이미 한나라당은 이명박을 떠나 박근혜로 돌아서고 당 이름도 새누리당으로 바꾸었으니. 요리조리 잽싸게 피해 달아나던 쥐가 절름발이가 된 거다.

  문민정부 들어서 정권이 교체되는 시기에 검찰이 그동안 꼭꼭 숨겨왔던 일들을 터뜨려 임기 말 대통령을 욕보이는 것은 이제 관습이 되었다. 역시 MB정부에도 날선 칼을 들이밀고 있다. 최시중 뿐만 아니라 박영준, 신재민, 은진수, 천신일, 김옥희, 등 이명박 정부의 최측근·친인척·동향 인사들이 도미노처럼 하나둘 넘어가고 있다. 하지만 파이시티 사건은 꽤나 복잡 미묘하다. 최시중이 검찰이 금기시하는 대선자금, 판도라의 상자를 건드렸기 때문이다. 아직 정권이 바뀌지 않았는데 현 대통령의 대선 문제를 파헤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현 한상대 검찰총장이 이명박 대통령과 각별한 사이라는 게 구멍이다. 자신을 검찰총장 자리에 앉혀준 그분을 건드리기란 애매한 문제니까.

  대선자금 문제는 청와대 측에서도 검찰 측에서도 건드릴 수 없는 사안이라고 얼버무리고 있으며 최시중도 이제 와서 부인하고 언론에서도 깊이 꺼내지 않는다. 이미 판도라의 상자 속에 든 것은 빠져나왔는데 ‘뚜껑 닫았다~’ 하며 끝낼 속셈인 것 같다. 이미 검찰도 주요언론도 이명박에서 박근혜로 줄을 갈아탔지만 대선자금을 파헤칠 만한 깡은 없다. 어쩌면 박근혜도 그 문제를 들춰내는 걸 두려워하고 있을지 모른다. 어차피 이명박의 주변부는 벌써 초토화됐으니 굳이 민감한 부분을 건드려서 성가시게 할 필요는 없을 테다. 또 비주류 언론과 사람들의 반발은 곧잘 무시해버리는 그들이니까. 혹여나 대선에서 야당이 뽑히면 이 문제가 풀어질지 모르나 지금은 글쎄올시다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