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시간에 공부한 초, 오, 월나라는 격변기에 놓인 나라들이었습니다.

 

 초 장왕 시기까지만 해도 아직은 명분을 중요시여겼다고 해요. 전쟁도 이때까지는 명분을 가지고 벌였죠. 장왕은 진陳나라 대부 하징서가 자신의 왕을 시해하자 진나라를 멸해버리기도 하죠.

 

 하징서와 하희의 이야기가 재밌었는데, 하징서의 어머니 하희는 중국4대미녀로 꼽힐 정도의 경국지색이었습니다. 하희는 진陳나라 영공을 비롯해 여러 신하들과 놀아났는데, 왕과 대부들이 모여서 하희의 아들 하징서를 두고 "하징서가 전하와 닮았습니다", "아니네, 자네와 더 닮았네"하면서 그를 욕보이기도 했다고해요. 그래서 굴욕을 참을 수 없었던 하징서는 자신의 군주를 시해하된거죠.  유주얼서스펙트급의 반전으로 하희를 데리고 진晉나라로 도망간 신공 무신의 이야기도 흥미로웠습니다.

 

 장왕과 관련해서는 반전이 참 많은데, 그가 3년동안 향락에 빠져있던 것은 진짜 자기 사람이 누군지 파악하기 위해서라고 하죠...이걸 그냥 지나쳤다니...ㄷㄷ..아무튼 장왕 때 까지만 해도 손숙오같은 '현사'를 기용했어요. 손숙오는 중국 최초로 저수지를 만들고 관개수로를 정비해서 제방기술자라고 불리기도 했습니다. 초나라의 넓은 옥토를 활용해서 쌀농사를 지었죠. 장왕은 손숙오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자신은 놀러다니기 바빴다고 해요. 장왕의 탁월함은 믿을 만한 신하를 구별하는 감별력과 그렇게 구별해낸 신하를 완전히 믿고 그에게 모든 것을 맡기는 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장왕의 시대를 지나 합려와 구천등의 시대로 가면 명분같은 것은 사라지고 복수와 땅따먹기만 남게 됩니다. 여기서 전국시대의 징후를 볼 수 있다고 해요. 이들은 나라를 유지하기 위해 다른 나라를 차지할 수밖에 없었고 그렇기 때문에 손숙오같은 '현사'기 아니라 오자서, 손무, 범려 등과 같은 병법에 능한 신하들을 기용하게 되죠. 그리고 왕이 그들을 쓰는 방식도 장왕이 손숙오에게 했던 것처럼 완전히 믿고 맡겨버리는 방식이 아니라, 필요할 때 쓰고 필요가 사라지면 버리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들(신하들)에게 문제가 된 것은 "토사구팽의 시대에 어떻게 살 것인가?'하는 고민이었죠. 사마천은 오자서와 범려의 경우를 대비시켜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오자서는 자기 신의를 지키기 위해 죽었고 범려는 다른 삶을 찾아서 떠났죠.

 

 저는 개인적으로 범려라는 사람이 정말 마음에 들었습니다. 자신의 능력을 펼칠만큼 다 펼치다가 토사구팽을 당할 때가 오자 '신의'라는 틀 따위에 얽매이지 않고 바로 떠나버리는 쿨함ㅋㅋㅋ. 월나라를 떠난 후 그는 돈을 버는 것도 덕을 쌓는 일이다?라고 하며 장사에 몰두합니다. 그는 허생전의 허생처럼 싼가격에 물건을 사뒀다가 비싸지면 다시 파는 방식으로 떼돈을 벌죠. 그러나 또다시 쿨하게 자신의 친지들에게 돈을 다 나눠주고 떠나버립니다. 그는 "존귀한 이름을 오랫동안 가지고 있는 것은 상서롭지 못하다."(사기세가, 민음사, p436)라는 그의 철학을 일관적으로 보여줍니다. 그는 돈을 버는 과정, 나라를 이끄는 과정 자체를 즐겼던 사람인 것 같습니다.

 

 얘기가 딴데로 샌것 같긴 하지만 이쯤 해두고 융을 만나러 가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