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혜빈입니다.
이론학교에서 처음 뵙던 날 저에 대한 소개를 두서없이 줄줄 늘어놓았죠. 속으로 이걸 어쩌나! 했는데 지금도 막상 저에 대해 쓰려니 어쩔 줄을 모르겠어요. 저는 대게 제 소개를 하라면 검은 그림을 올려 놓아요. 그 그림은 눈동자와 눈동자 끼리의 마주침이라 생각하죠.

이제 막 철학에 입문한 학생입니다. 최근엔 이번 주 발제를 맡아 신경쇠약에 걸릴 위기에 있기도 해요, 후후. 제 경험과 제가 느낀 조그마한 영역에서 다른 심오한 것을 받아들이기란 참 쉬운 일이 아니네요. 사고의 확장이 필요한 때라 많은 분들의 도움이 필요해요.잘 부탁드립니다.

20살, 그토록 소망했던 대학에 입학해 마음이 부풀어올랐었죠. 하지만 이상과 현실은 꽤 거리가 멀더군요.그 곳에서 여자로서 또는 후배로서 또 기술적으로 약한 사람으로서 받아야 하는 고통이 꽤 컸어요. 그러면서 점점 자신에 대한 희망이랄까요, 영화에 대한 사랑이랄까 그런 것들이 점점 가치없는 것이 되더군요.

단편영화 한 편을 찍고는 말 그대로 넉다운이 되어 입 주변까지 내려온 다크서클을 가지고 고향인 부산으로돌아갔습니다. 1년 휴학하며 영화'따위' 멀리하겠다 생각으로 갔는데, 하고 싶은 것 다하며 먹고 싶은 것 다 먹는 생활이 행복은 아니더군요. 글쎄요, 무언가 꼭 상실되어 있는 것 같아 답답했습니다. 우울증을 앓았던 시기였어요. 거의 6개월 내내 버스가 급정거할 때마다 왜, 부딪칠 기회를 놓치니.. 하는 생각이였죠.

그러다 아주 긴 사연으로 신학공부도 하고, 국토순례를 하게 되었어요. 순례 중엔 오백원 보다 더 큰 물집이 잡히는데 대원들 중 가장 물집의 고통이 큰 사람 중 한명이었죠. 어느 날은 발에 구멍이 난 듯 악바리인 저도 도저히 못 걷겠단 생각이 들더군요. 그 때 짜증이 극한에 달하고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으로 감정이 폭발할 것 같았어요. 그런데 바로 그 때 한계점을 넘자 꼭대기엔 다른 것이 있었어요. 생각의 전환이였죠.

가장 중요한 것, 그동안 결핍되어 있던 것은 무엇이였는지 깨닫고 돌아왔고 그 후엔 어떤 것도 두려워지지 않더군요.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그건 저와 더 가까운 사람이 되면 알려드릴게요. 많은 분들의 눈동자와 마주치고 싶으니 함께 공부하며 친한 사람이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