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행주방 일지! 둘째주 갑니다~ animate_emoticon%20(36).gifanimate_emoticon%20(36).gif



2/6 (다영)


정월대보름을 맞아서 제주도에서 오신 정복선생님이 오곡밥과 각종 나물들을 해주셨습니다. 덕분에 저녁까지 잘 먹었습니다. 선생님이 부엌 들어오셔서 제일 먼저 한 일은 나물할 물을 끓이는 것이었는데요. 며칠다시와 다시마를 우려낸 물로 나물을 하셨어요. 음! 그러면 더 깊은 맛이 나는 것일까요?! 노하우 좀 전수 받아야겠어요 ^_^


그런데 오늘의 숨은 공로자는 바로 김민교! 나이 17세, 현재 Duck House 에 거주 중이며 청비탐과 청년대중지성을 하는 바로 그 소년! 바깥과 통하는 공용화장실에서 밤 12시, 스산한 겨울 공기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씻는다는 바로 그 소년! 요 깔끔보이가 겉만 멀쩡한 게 아니라 속도 아주 번쩍번쩍 깨끗한가봐요. 정복쌤과 점심당번을 하고 뒷정리를 하는데. 으아닛. 부엌 문을 열었더니 창문으로 들어온 빛이 바닥을 따고 흐르는데 전방 2m에 뽀샤시 효과 적용!


아, 잠시 눈을 뜰 수가 없었어요. 이 정갈한 부앜을 보라, 올 들어 이렇게 깨끗했던 적이 없었어요. 깨끗이 하는 게 어떤 것인지 '나도 좀 알자!' 하시는 분들은 모두 민교군을 따라 밤 12시, Duck House 공용 샤워실에서 만나 거침없이 맨살을 공기 중에 드러내어 씻는 수행을 거친 후, 감화 받은 것을 꼭 부엌에서 쏟아내 주시길 바랍니다. ^^



2/8 (달군)


점심 당번 영대 + 민형.

저녁 당번 태람 + 수영.


오랜만에 일지를 쓴다. 


조금 거슬러 올라가, 며칠 전 콩죽 끓이기에 실패한 사연. 낭금 학인 최유미 선생님께서 장단콩을 보내 주신 게 지난 달 20일 경이니 얼추 보름 정도 이걸로 뭘 할까 머리를 싸맨 셈. 장단콩이라고 들어는 보셨나. 파주 민통선에서 재배되는 우리나라 제일의 우량콩이란다. 이 귀한 곡식이 7kg이나 들어왔으니, 매니저의 마음은 또 얼마나 기쁘고도 무거웠겠는가? 가장 먼저 생각난 음식이 '콩죽'이다. 겨울이 올때마다 쌀독 눈금 줄어드는 걸 늦추기 위해 의무적으로 먹어야 했던 음식. 그 콩죽이 정말 싫었다. 맛도 없고 매도 안 부르는, 오로지 연명하기 위해 어거지로 한 사발 씩 들이키던 그 멀건 죽.


그런 콩죽에 마음이 가 닿은 건 요즘 내 정신을 산란하게 하는 집안일 때문이다. 겨울마다 무뚝뚝한 얼굴로 콩죽을 끓여주시던 할머니가 아프시다. 수화기로 수심 가득한 대화가 오가던 중, 갑자기 콩죽 생각이 났다. 허전한 듯 한 수저 비우고 돌아서면 묘하게도 든든하게 속을 채워주던 할머니의 콩죽. 이번 겨울엔 내 손으로 그 콩죽을 만들기에 도전해보리라.


네이버. 검색어 콩죽으로 올라온 최신글 참고. 콩죽 만들기에 돌입. 예전에 성공리에 팥죽 끓이는 데 성공한 이력이 있기에 죽이라면 자신있었다. 근데 막상 끓여보니 콩이랑 팥은 천지차이더라. 만드는 대략의 과정은 유사하지만 둘 간에는 무시 못할 차이가 있었던 것. 콩은 팥보다 삶는데 곱절의 시간이 든다. 그리고 팥이 삶고 나서 체에 받혀 그냥 나무주걱으로 으깨주면 됐던 것과는 달리, 콩은 믹서에 일일이 갈아줘야 한다. 여기서 일이 틀어졌다. 네이버에서 '곱게'라고 적힌 걸 지나치게 내 식대로 해석했던 것. 결국 입 안에 콩 조각이 서걱서걱 씹히는 콩죽이 만들어졌고, 이를 푹 익해서 상쇄해보려던 내 꼼수는 나사 빠진 내 콩죽에 메주 냄새만 더하게 되고 말았다. (콩죽은 적당히 끓여야 한다. 덜 끓이면 설고, 푹 끓이면 메주 냄새가 난다.) 사람들이 오직 우정의 힘으로 두 세 그릇씩 들이키고도 많이 남기에, 성복샘과 혜경, 진성에게 싸들려보내기도.


이 우여곡절 끝에 얻은 결론 : 콩죽은 내가 끓이면 더 맛 없다. 


다음을 기약하며 콩죽의 간단한 레시피를 적어보면 다음과 같다.

1. 콩을 물에 불린다. 얼마나? 모른다. 일단 푹~

2. 콩을 삶는다. 언제까지? 콩알이 터질 때까지~

3. 콩물은 체에 받혀 모아두고, 콩을 믹서에 '곱게' 간다.

4. 1~2시간 불린 쌀을 믹서에 간다.

5. 냄비에 쌀과 물을 붓고 끓인다. 센불->중불

6. 쌀이 익어 퍼지면 콩물을 넣는다.

7. 받쳐 둔 콩물을 붓고 저어가며 맞춘다. (10~20분)

8. 물기가 약간 흥건할 때 불을 끄고 뚜껑을 덮은 후, 5~10분 뜸을 들인다.


(중략)



2/11 (해완)


헉... 일지를 써야지 하고 화요일에 생각했는데 오늘이 토요일이다. 번개처럼 지나가는구나ㅠㅠ 달군 말대로 일지를 주방에 갖다 놔야지 안 되겠다. 틈틈히 되는 대로 써야지.


이번주를 돌이켜보니, 주방보조매니저를 시작하고나서 그래도 가장 안정적인(?) 일주일이었던 것 같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맛있는 주방." 식단도 괜찮았고 당번들의 예상치 못한 실력발휘가 줄을 이었다. 펑크도 한 번도 안 났다(지난 주 일지를 공개해서일까^^;;). 그래서인지,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오행주방에서 밥을 드셨다^^ 그 화려한 리스트 공개! 월요일 정복쌤의 오곡밥에 이어 화요일 기원쌤의 잔치국수가 바톤을 받았다. 수요일에는 의외로 맛있었던(?) 영대오빠의 부추전, 목요일에는 현옥쌤의 홍합탕이, 금요일에는 근영쌤의 꼬막이, 토요일에는 구우쌤의 해물떡볶이가, 마지막 일요일에는 달군의 동태찌개까지. 그동안 못 먹었던 해물들, 그동안 감춰두었던 실력들이 이번주에 몽땅 발휘되었다. 기운충전~


이번주의 하이라이트는, 다름 아닌 설악산 간 철현오빠다. 당번도 아닌데 일부러 연구실에 들려서 코다리강정을 해놓고 산으로(?) 사라졌다. 그게 보통 강정이 아니다. 직접 손질하기 + 튀기기 + 양념하기가 어우러진 100% 수제 핸드메이드. 심지어 땅콩까지 직접 사와서 껍질을 깐 후 고명을 얹어 주었다! 치킨과 같은 튀김류는 구경할 수도 없는 연구실에서 그의 선행은 공부방의 모든 사람을 벌떡 일어나게 했다. 매웠지만 맛있었다. 게다가 이런 요리를 누구에게 얻어먹어 보겠는가. 엄마도 귀찮아서 해주지 않는다! 이러한 정성을 오행주방에 대한 무한한 애정....이라고 생각하고 싶지만 그건 물론 아닐테고, 철현오빠는 정말로 요리하기를 좋아하는 것 같다(^^). 차기 주방인 후보로 찜해도 되지 않을까. 


앗. 그러나 쓴소리 들은 것도 잊지 말고 기록해놓자. 내 속을 꿰뚫어보셨는지, 제리샘의 한마디. "맛있는 거 할 생각 보다는 기본기부터 해야지! Where is 냄비뚜껑?" 헉... 지당하신 말씀입니다ㅠㅠ 이노무 냄비뚜껑들은 발이 달렸나. 조금만 방심하는 사이에 어디로 다 도망가버린다.


알고 보니 현진 오빠는 매일 아침에 주방을 쓸고 세팅했다고 한다. (물론 장금쌤과 아침밥을 먹기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매일 아침 주방문턱을 드나드는 수밖에는 없었겠지만, 어쨌든) 자극 받을 생각이 없었는데 받아 버렸다, 음! 방심하는 사이에 도망다닌다면 감시망(?)을 더 조이는 수밖에. 괜히 뭐 좀 할 게 없나 멀쩡한 주방을 두리번거리는데, 새로 발견한 것이 바로 주방 쓰레기통이다. 금방 차고 금방 더러워지는, 방심해서는 안 되는 요주의 녀석 1호. 제리쌤이 작년 주방매너지를 하실 때 매일 쓰레기통을 갈아야 한다고 했던 게 생각이 났다. 일단은 그거라도 따라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