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은 평정을 얻지 못하면 소리 내 운다....사람이 말을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도무지 어쩔 수가 없어서 말을 하는 것이니 노래를 하는 것은 생각이 있어서고

우는 것은 가슴에 품은 바가 있어서다

입에서 나와 소리가 되는 것들은 모두 평정치 못한 바가 있기 때문이다 <不平之鳴>

 

 

사기는 사마천의 울음이다

그리고 사기와 사마천은 서로가 서로를 위로하는, 목숨을 이어가게 하는 유일한 이유였다

 

그의 나이 49세 사마천은 불리한 상황에서도 용감히 싸우다 어쩔 수 없이 흉노에 투항하고 만

친구 이릉을 위해 직언을 서슴치 않다 감옥에 유폐된다

이 때 한나라는 국고가 모자라는 상황이어서 50만전을 내면 사형을 면할 수 있는 법이 생겼으나

가난한 사마천은 사형을 당하거나 구차하게 살아남는 죽음보다 못한 형벌 궁형을 당하는 기로에 서게 되는

일생일대의 비극적 사건을 맞이하게 된다

이러한 기로에 서서 `새털보다 가벼운 죽음` 보다 `태산보다 무거운 죽음` 을 위해

굴욕을 참아내며 살아남아 마침내 14년간 130편 52만 6천 5백자에 달하는 3000년간의 시간을

담아낸 방대한 역사서를 남기게 된다

 

궁형의 고난을 겪으면서 사람에 대한 관점을 달리 가지게 된 계기가 된 사마천은

이제까지 왕조 중심의 통치사에서 인간 중심의 역사 그것도 통치를 거부하는 자

국가권력을 거부하는 자들 유가경전에서 기록하고 있지 않은 숨어있는 의인들을

자신의 붓끝을 통해 되살려내고 싶어했다

 

더구나 의인들뿐만 아니라 미천한 사람들 돈 많이 번 사람들 자객 협객들 등등

악함 속에서도 찌질함 속에서도 분명 그 사람의 인생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그 어떤 것이 있다는 것을 사마천은 집어낸 것이다

그동안은 역사에 기술할 만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그런 사람들의 역사까지

구전으로 내려오는 이야기를 모아 기술하여 사건중심의 역사가 아니라

그 사건 속에서 인간이 어떤 행위와 대응을 하는지를 치밀하게 보여주고자 했다

 

자신만의 삶에서 자신만의 신념을 가지고 살아낸 사람들

하찮은 인간 속에 숨어있던 `위대한 인간성`을 끄집어내어 그 사람의 장점을

포착하여 그 인물에 딱 들어맞게 서술 묘사하고 있는 책 사마천의 사기

 

게다가 흥미진진한 것은 역사는 사실과 상상력을 넘나든다는 것이다

역사는 무엇을 대상으로 하는가 영웅이란 어떤 존재인가는 전적으로

역사가에게 달려있는 것이다

항우의 비장하고도 멋진 최후 굴원의 태산보다도 무거운 죽음

백이숙제의 권력을 탐하지 않는 고결한 죽음에서

운명을 비껴갈수 없었던, 그렇지만 행동할 자유의지를 가진,믿는대로 살아가고

실천했던 인간이 어떻게 죽는가도 어떻게 사는가 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그리하여 불멸의 존재가 됨을 보여줌으로 사마천은 자신을 해원하고

자기구원으로서의 불멸의 인간학을 이루어 내었던 것이다

 

사마천의 사기가 시공을 훌쩍 뛰어넘은 살아숨쉬는 인간학의 관점으로 본 역사라면

공자의 <춘추>는 이런 식이다

 

환공 6년 을해.

6년 올해 봄인 정월에 그 사람이 왔다.

노환공 6년 (기원전 706) 6년 봄 정월, 이 사람이 왔다.

 

우리는 지나치게 간결한 이 단 한줄의 사건으로 이 사건의 숨은 의미와

행간을 읽어내야 한다 두예가 말한 言外意 즉 `말은 여기 보이나 뜻은 말 밖에 있는 것이다`

좌구명의 <춘추 좌씨전>의 해석으로 우리는 공자의 <춘추>를 읽어낼수 있게 되었지만

이 단 한줄의 사건으로 이제 우리는 우리가 믿고 있는 진실은 무엇인가

고대의 이 사건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볼 수 있나

해석은 사실을 뛰어넘은 그 어떤 것의 지평에 있는 것인가

실제처럼 보이나 사실 아무것도 아닌 역사란 과연 사실인가

여러 사건들의 원인만 있는 여러가지 관점으로서의 역사를 묻고 탐구해 보아야 한다

 

이제 사마천의 사기는 미천한 존재이나마 나름의 의리와 명분에 입각해 정치를 했던

춘추시대를 지나 많은 백성과 토지를 소유하고 미천한 신분을 벗어나기 위해

어떤 거리낌도 없이 욕망을 드러내 보였던 전국시대의 초상들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국가와 백성이 `소유`의 차원으로 전락하고 백성들의 삶은 안중에도 없이

제후와 재상들의 사리사욕이 정당화되고 권력에의 욕망의 극한으로 치닿던 시대

그 시대는 곤궁하고 미천한 자들이 책을 보며 실력을 닦고 혀끝을 다듬어

존귀와 부와 명예를 얻은 후 천하를 소유하던 시대였다

이런 출세의 욕망은 브레이크 없이 무한 증식해갔고 그 욕망의 주체인 진시황과

그를 제왕으로 만든 이사의 삶과 죽음을 통해 제어할 수 없는 욕망의 끝은

어디인지를 잘 보여준다

 

진승의 반란을 통해 미천한 출신이 황제가 되고 재상이 되는 시대에

사마천은 욕망 그 자체를 탓하진 않는다 다만 그 욕망을 무한대로 증식시키려는

인간의 욕심을 묻고 있는 것이다

시대의 흐름을 쫒아가게 될때 이것은 어디에서 멈추는가 멈출 수는 있는가

제국으로 가는 이 길이 과연 탄탄한 미래를 보여주는 바로 그 길인가

 

역사가는 저마다 역사의 주체인 사람들을 기억하여 전하는 자이다

역사적 사건이란 어느 특정한 황제나 장군이나 인물의 의도대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전쟁을 구성하는 민중과 군사들이 어느 우연한 계기로 사건을 만들어 낸다

그 사건 현장의 흐름들이 그 속에 있는 사람들의 의지가 그  사건의 성공과 실패를 좌우하는 것이다

그 낱낱의 개개인들이 만들어 낸 역사 사건이 그 무언가를 만들어 낸다는 것

 

국가라는 초역사적 존재가 있고 난 뒤에 왕조의 교체가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국가도 세우고 국가도 멸망시킨다는 사실

사람들이 욕망의 흐름대로 혹은 그 욕망을 거스르는 흐름으로 살면서

시대의 흐름과 거기에 부응하는 다양한 인간들의 흐름 즉 `삶의 기술들`의 집적이

바로 역사라는 것이다

 

역사라고 하는 것은 시대성을 따르는 삶의 기술도

시대를 역행하는 삶의 기술도 있다는 것

사마천은 역사를 통하여 좋은 삶의 기술,성공과 실패따위에 연연해 하지 않는 삶의 기술을

사기를 통하여 우리에게 보여주고자 했던 것이다

 

 

 

 

자로성연은 말하였다

 

헉헉..여기까지 지난 3강의 길샘 강의안을 정리해 보았다

선생님은 어떻게 하면 16장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강의안를 쓸 수 있는 걸까

애정이 팍팍 느껴지는 샘의 강의안 또 강의에 무한 존경을 보낸다

 

그리고 전부터 좀 궁금했던 것

혁명이란 좀 더 나은 밥, 좀 더 나은 삶을 위해 하는 것이 아니라

바닥을 칠 때 더 이상 못살겠어서 더 이상은 못참겠어서 하는 행위라는 것

그 행위들은 주동자 어느 한두 사람의 힘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혁명을 혁명일 수 있게 했던 그 낱낱의 사람들의 의지와 우연한 계기들로 이루어진다는 것

길샘의 강의를 들으며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일전 호기롭게 사기를 펼쳐들고 읽기 시작한지 얼마 안되어 나는 그만 절망하고 말았다

그러니까 제나라의 누구라고? 오자서가 그래서 오나라로 갔다는거야 다시 왔다는 거야?

아까 환공은 뭐고 지금 뭔공은 또 뭔공?

에고고공...

 

게다가 강의를 듣고 난 후

나는 역사의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소설인가 헷갈리기 시작했다

사실이자 소설이고 소설임과 동시에 사실인 역사

 

단 한줄로도

52만 6천 5백자의 서술로도

 

단 한 사람 황제로도

무수히 많은 민초들로도 이루어질 수 있는 역사 

 

상무지렁이인

바뜨 그러나

무식해서 아름다운 자로성연의 역사공부는 앞으로도 계속된다 아니,되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