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오랜만에 나간 수업, 전쟁과 평화를 넘어 체호프의 글을 읽게 되었습니다. 항상 그래왔지만, 지금까지 읽은 작가들과는 또 다른 느낌 이였는데요, 단순히 다름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완성도 또한 대단했습니다. 군더더기 없이 어떻게 이리도 많은걸 담아내던지. 참 러시아 작가들은 천재가 많구나, 새삼 놀랐습니다. 이런 다양하고 잘 쓰인 글들이 러시아 문학이 그리도 인정받는 이유겠지요?

 

먼저 체호프의 글속에서 그의 치밀한 관찰력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의 글은 단순히 치밀하게 관찰한 사실을 재현하는데 그치지 않습니다, 객관적이지만 인간에 대한 연민 또한 잃지 않아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 오는 것 같았습니다. “농부들”이나“새로운 별장”들에서 보여준 농민의 삶의 모습에서 그의 따듯한 관찰은 두드러집니다. “농부들”에서 일상이 너무 고되 죽음조차 두렵지 않은 비참한 농민들의 삶, 그 속에서의 다양한 삶의 모습을 보여주며 그는 농민들의 고통을 너무나도 현실적으로 그려냅니다. 또 개인적으로는 “새로운 별장”에서의 엔지니어와 농민들의 갈등이 참 흥미로웠는데요, 농민 본인들은 필요치도 않고 오히려 불쾌하게 여겨지는 편의시설을 건설해주며 뿌듯해하는 엔지니어의 소통하지 못하는 모습이 비단 당시 러시아의 모습으로만 보이지는 않더군요. 이런 잡아내기 힘든 미묘한 갈등들을 거창하지 않으면서도, 너무나 확 와닷게 그려내는 것이 바로 그의 천재적 능력이겠죠.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에서의 사실과 진실이 같지 않다는 삶의 이중성에 대한 통찰 또한 어떻게 이런 것을 관찰하고 적어내는지 놀랍기만 하더군요. 이런 객관적이고도 날카로운 관찰 속에서도 그는 인간에 대한 연민을 잃지 않습니다. 유아살해라는“자고 싶다”의 에피소드나 불륜이라는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의 이야기처럼 도덕적으로 자극적인 상황들에서도 그는 선과 악의 잣대로 그들을 판단하지 않습니다. 그저 담담하고 객관적으로 무슨 일이 일어났었는지 기록하며, 독자들을 가치의 함정에 빠지지 않고 인물들의 삶에 수긍하게 만듭니다. 객관적이고 현실적인 글에서도 연민을 잃지 않는 그가 대단하기만 합니다.

 

다음으로 체호프의 관념주의적인 삶에 대한 문제의식 또한 그의 작품들 속에 녹아있는 듯합니다. 그자신이 어려서부터 학비를 벌어가며 삶속에서 힘겹게 살아가서인지, 현실에 발붙이지 못하고 이상 같은 관념 속에 살아가는 인물들에게 체호프는 비참한 최후를 부여합니다. “검은 수사”의 꼬브린이 그 대표적 예일 텐데요, 이상적이고 관념적인 것의 상징인 검은 수사와의 대화 속에 꼬브린은 현실의 삶과 환상의 삶을 동일시하게 됩니다. 그러다 결국 현실과 환상사이의 간극을 깨닫고 구속에서 고통 받다 연인이던 띠냐의 저 주속에 죽어갑니다. 뿐만 아니라 “6호평동”의 안드레이 에 피미치 또한 “고통은 고통에 대한 관념”이라는 아우렐리우스의 궤변을 주장하며 고통을 인정 하지 않지만, 결국 니끼따의 주먹질의 고통 속에 죽어버립니다. 현실에 발붙이지 못하고 관념 속에 살아가는 인물들의 비참한 최후를 통해 체호프는 관념적인 삶을 경계한 듯합니다.

 

우리가 매일 겪는 일상을 통해 삶을 완전한 희극도 비극도 아닌 모습으로 그려낸 체호프의 단편들을 통해 하루하루의 가치를 새롭게 발견할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습니다. 결국 절대적이고 관념적인 삶을 대신 일상의 모습에 주목하며 체호프는 현실을 견디는 능력의 필요성을 역설한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다음시간은 고리끼의 "밑바닥에서"를 읽게 되는데요. 발제는 제가 하고 간식은 현옥선생님이 맡아주시기로 하셧습니다.

 

눈이 많이왓네요, 다치지 않게 조심하시고요 다음주에 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