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곰이다.
누구는 여우와 곰의 혼종이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체질이나 스타일로 보면 영락없이 곰이다.
다만 귀가 큰 곰일 뿐이다.

귀가 크다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이런 저런 소리들에 민감하게 반응하니 말이다.
가령 연구실 탁구의 두가지 필살기,
모서리를 맞고 튀어 나가는 '에찌'
와 거침없이 튀어 나오는 '구찌' 중
후자가 가장 막기 어렵고 하기 어려운 공격이었으니 말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주위에서 울리는 여러 소리에
'의식적'으로 무감하게 반응한 적도 많았다.
그러나 소리에 흔들리는 것도, 또는 소리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도,
모두 소리의 흐름을 타지 못하는  무능력의 표현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런데 요즘 가만히 생각해보니
커다란 귀를 갖는 것은 (허망하기는 하지만) 장점인 것 같다.
세세한 소리, 미묘한 여운등을 잘 포착해낼 가능성이니 말이다.
그리고 친구들의 생각을 내 속에 채워넣을 수 있으니까.

이번 주제학교를 시작하기 전에도 루쉰의 글을 읽어왔다.
그렇지만 뭐랄까? 꽤나 다가가기 어려웠다.
그가 한 말이 잘 들리지도 않았고 윤곽도 잘 잡히지 않았다.
이번 주제학교가 끝난다고 해서 이런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한 두가지는 목표로 삼고 싶다.
첫째는 내 귀속을 타고 들어와 서성거리고 있는,
다른 성격과 재능을 지닌 친구들과 루신을 친구로 만들어주고 싶다.
내 '귀'는 이들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서로 친구가 되는 '놀이터'라고 생각한다.
내 귀는 좋은 친구를 가지는 데 유용한 공간이니까.

둘째는 미소 속에서 울려퍼지는 그의 소리를 낙아채는 것.
루쉰의 미소는 섭씨 0도라고 한다.
아마도 그의 미소를 보기 위해선  영도의 공간,
일단 얼음 위에 나를 올려놓아야 할 것 같다.
약간 추울 것도 같다(썰렁할 수도 있다). 
그러나 태생이 곰인지라 추위에는 강하다.
그 공간에서 가만히 그의 미소를 살피다보면 산산히
흩어져가는 그의 웃음 소리를 듣게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