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소박한 꿈으로 시작하였습니다. 시골에 계시는 부모님이 보실 수 있는 작품 하나 만들고 싶다!
하지만, 부모님은 연극 보기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제 주변의 친구들도 극장을 찾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우울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것이 자연스러운 것이니까요.

어릴 때 부터 부모님을 떠나 객지 생활을 시작하여 유난히 방랑기가 심했습니다. 그래서, 어디 몸을 부치고 살기 보다 떠돌아 다니기를 좋아했던 것 같습니다.
연극을 접하며 새로운 작품을 만날 때 마다 경험하는 '~되기'는 이러한 저의 성향과 맞는 것 같았습니다.

석사논문은 과정상 제출해야 하는 의무감으로 시작되었다가 저의 고민을 다른 방향으로 돌려놓았습니다. 동양극장 시절에 활동했던 배우 황철을 다루다 당시 쓰여진 연극과 관련된 다양한 글들을 접하며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내가 지금 살고 있는 현장보다 더 다채롭고 치열한 고민들이 펼펴지고 있었구나!

그러다 '연극'을 부정하게 되었습니다. 연극은 서양의 theater를 일본말로 번역한 용어 입니다. 이 용어를 마날 때 마다 감탄합니다. 일본의 연희 전통은 확실히 연극입니다. 서양의 비극 전통에 가까운, 죽음에 가까운 연극입니다.

이때부터 방황은 시작된 것 같습니다. 외국어 실력이일천하여 주섬주섬 번역된 동양학 관련 저서를 읽기 시작하였습니다. 하지만, 동양학이라는 것이 워낙 방대한 것이라... 사실 동양학을 논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것 같습니다. 우리와 비슷한 점도 많지만 다른 점이 훨씬 더 많은 것 같습니다.

그 방대한 세계에 질려 버렸다고 할까요? 아마 회피하고 싶었던 것이겠죠. 그러다 군대를 갔다와서 올 1월에 제대하였습니다.

묶혀 놓았던 과제를 풀고 싶습니다. 하지만, 너무 아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