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 캔다고 간만에 안쓰던 근육을 쓴 탓인지 온 삭신이 쑤시고 몸살 기운까지 더해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힘들었음에도(불구하고)... 에세이를 써야 한다는 압박을 모르는 체 할 수 없어... 드러누워 정화스님의 육조단경을 한자한자 짚어가며 읽다가 그만 나도 모르게 까무룩 잠이 들었더랍니다. 근데,

 

꿈속에서 정화스님을 뵈었지 뭡니까? 수강생이라곤 나 하나 뿐인데, 내 앞에 서서 무념서부터 돈오돈수, 정과 혜에 이르기까지 따박따박 알기쉽게 설명을 해주셔서 이제 되었구나, 살았구나.. 이걸 갖고 에세이를 쓰면 되겠다 싶어 흡족해 하고 있던 차에, 애들 싸우는 소리에 그만 잠에서 깼답니다. 꿈이 너무나 생생해서 정화 스님의 또랑또랑한 눈빛까지 기억이 나는데, 말씀해 주신 내용은 하나도 기억이 안나지 뭡니까? 비몽사몽간에 아쉽고 안타까워 다시 한번 잠을 청했더랍니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정화스님 비슷하게 생겼는데, 자기가 원효라고 하면서 정화스님께서 말씀하셨던 내용을 다시 한번 반복하질 뭡니까? 좋다 하고 듣고 있는데, 이번에는 내용을 하나도 알아들을 수가 없어 이를 어쩌지, 이를 어쩌지 하면서 잠에서 깨났답니다.

 

아니, 세상에 이런 꿈을... 내가 에세이에 눌려 있긴 있구나 싶으면서도 너무 신기해서 누군가에게 얘길 해야겠다 싶은데... 이런 꿈 얘기에 누가 공감해 줄까 싶어 아무에게도 말 못하고 이렇게 장황하게 글을 올리고 있답니다.

 

이 못난 중생이 알듯모를 듯한 개념들 때문에 몹시도 힘들어하는 줄 아시고, 스님께서 몸소 현신해 주신건 아닐 테고... 책에 있던 내용들이 나의 뇌의 주름살 갈피갈피에 끈적끈적, 덕지덕지 붙어 있다가 꿈이라는 계기를 통해 제 존재를 드러낸 것일 듯 싶은데.... 어떤 인연조건들 속에서 이 의식들이 나고 사라지는지...어찌하면 나의 뇌리 속에 있는 이 모든 것들을 끌어다가 이용해 볼 수 있는지... 나도 제대로 의식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이 의식의 잉여들을 과연 무어라 이름붙일 수 있을지...

 

비는 추적추적 내리는데...수능을 사흘 앞두고 한편에선 수능 시험장 준비한다고 어수선하고, 3학년 교실에서는 사뭇 긴장감마저 감도는데, 각성제나 안정제랍시고 이런저런 잔소리들을 하고 돌아다니는 아침입니다. 애들도 짠하고,,, 마음 한켠에 에세이가 무겁게 얹혀있는 나도 짠하고 ㅋㅋ... 다들 화이팅하시고,,, 토요일에 뵙지요. 참, 영수샘, 혜경샘. 힘내시고... 아이들에게도 부처님의 가호가 있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