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름 : 김현식
- 나이 : 20대 중반

* 한문 공부를 하겠다고 서울에 올라온지 벌써 다섯달째가 된다. 좁은 고시원 바닥에서 틀어박혀서 심심해서 잠못이루는 적도 많았고 가끔은 그 좁은 방에서 심심을 친구 삼아 혼자서 맥주를 깐적도 많았다.

* 그렇게 시작한 서울생활에서 신선한 만남들은 새로운 길을 보여주기 충분했다. 인터넷에서 보고 그냥 무작정 찾아간 푸코 세미나에서 수유+너머를 소개받고는 한 동안 홈페이지만 들날날락거리다가 세미나도 참석하고 요가도 하고... 월요일이면 카페에서 취업을 시켜줘서 여러 잡일도 한다.

* 그러고보면 대학에서도 만남이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었다. 안동 출신의 선비집안 사람인 한문선생님은 전공 선생님과 함께 매 학기 두세번 '전통문화답사'라는 이름으로 학생들을 데리고 여러 곳을 다니셨다. 학교 주변의 통도사, 도산서원을 비롯한 절과 서원을 돌아 다녔다. 옛 선비들의 종가집이 즐비한 안동은 한학기 수업보다 더 좋은 체험학습장이었다.

* 무슨 꾐에 넘어간 것인지 한문공부를 하라는 무언의 유혹에 넘어가고 말았다. 결국 졸업 전 마지막 학기 매주 선생님 오피스에서 논어를 만났다. 짧은 시간이지만 새로운 만남이었다. 겨우 한문 문장을 띄워읽는 것만을 더듬더듬 익히고 말았지만 논어라는 미지의 세계에 한 발을 담갔다.

* 군대에 가지 않아도 되는 나는 대학졸업과 동시에 제법 이른 나이에 나름대로의 길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닥치고 말았다. 결국 평생을 시골길을 밟으며 살아온 난 감히 한양길에 오르기로 마음을 먹고 말았다. 한문을 배울 수 있는 곳이 서울에 많이 있다는 이유 외에도 집에서 떠나고 싶다는 마음도 함께 있었다. 또 서울이란 곳이 어떨지도 궁금하기도 했고

* 다섯 달을 보냈는데 삶은 억척스러워지긴 했는데 내공이 깊어진지는 모르겠다. 듣고 있는 논어 수업은 지겨워서 집어치우기로 했다. 이번 여름이면 맹자만 두번째 본다. 그냥 눈으로 한번 훑는 정도니 지지부진하다. 결국은 고수들이 모이는 장소에 가서 구경이라도 하는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고전학교'라는 곳에 또 다른 시작점을 놓는다.

* 아직도 서울엔 신기한 것도 많고 놀라운 고수들도 많다. 거기에 비하면 난 어리숙한티를 아직 벗지 못했다. 그냥 되뇌인다. 조급하지말자... 조급하지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