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전스쿨 입교 신청서


이름 : 문성환
나이 : 30 + 몇세
존경하는 직업 : 곰전평론가
좋아하는 음식 : 곰국


고전학교에 입학을 신청하는 입교 신청서를 써야 한다. 어떻게 써야 할까.
아주 가끔씩이긴 하지만, 사람들은 내 전공이 소위 ‘현대문학(現代文學)’이라는 사실에 놀란다. 그런 사람들을 만날 때면, 처음엔, 나도 놀랐다.
이유는 뭐 단순한 편이다. 첫째는 내가 좀처럼 사람들에게 공부하는 모습을 들키지 않아서 일테고, 둘째는 가끔씩이라도 책을 보고 있을 때면 옛날 문인들의 책을 보고 있어서 일테다.
공부하는 모습을 좀체 들키지 않았던 건, 내 결벽에 가까운 ‘선비정신’과는 아무 상관 없는 말 그대로 공부를 안 해서이고, 가끔씩은 옛날 사람들의 책을 보고 있었던 건 그것이 내 전공이 아니라는 생각을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석사과정을 시작하기 전에도 나는 고전문학이나 현대문학보다는 ‘한국문학’을 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돌이켜보면 아무 근거도 없는 ‘직관’에 불과했지만, 어쨌거나 기호에 맞고 재미있는 책들을 먼저 읽고 싶다는 생각엔 아직 변함이 없다. 이를테면, ‘고전(古典)’이 혹 그런 것은 아닐까.
연구실을 처음 찾았을 때(그때는 지구상에 고전평론가란 단 한 사람도 없는, 그러니까 한 마디로 황폐했던 시기였다!), 그리고 연구실 식구들과 ‘친밀함의 강도’(이 용어는 2005.7.5 화요토론회 때 발표된 현민의 논문을 자의적으로 참조)를 높이게 되면서, 나의 전공(좁은 의미에서의)은 더욱 무의미한 기표가 되고 말았다.
세상에는 많은 좋은 책들이 있다는 것을 나는 안다. 아마 평생을 걸려 내 기호에 맞고 재미있는 읽을'꺼리'만 찾아다닌대도 나는 그 일을 끝마치지 못할 것이다. 그러므로 고전의 매력은 그 텍스트 때문이 아니라, 그 텍스트가 시시각각 발휘하는 어떠 인연에 있는 것도 같다.
그리고, 나는 그 인연에 한 번 ‘빠져 보려고 한다.’
내가 (잘난)‘척’ 하고 명구들을 말하면, (모르는)‘척’ 하면서 알아듣는 친구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니 내가 누군가에게 그런 친구가 될 수 있다면, 더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