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다음 주가 여름방학 마지막 시간입니다.

다음 주 토요일에는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문학동네)을 읽고 옵니다.

숙제는 여전히 인상깊은 구절 베껴써오기!

마지막 시간에는 자기가 쓴 글씨를 알아보기 힘들어 다시 책을 펴야 하는 사람이 없도록 합시다!

 

 

오늘은 지난 주에 못 온 재영이가 남아서 벌칙을 받고 갔습니다.

<위험한 대결>의 작가가 전기선으로는 "절대로" 장난을 쳐서는 안 된다며 책의 한 페이지에

이 "절대로"라는 말을 써놨었지요. 재영이는 이 부분이 인상깊었다며 "절대로"의 생략 혹은 중략으로 숙제를

무마하려 했지만 실패했어요.

친구들의 차가운 눈빛을 피해갈 수 없었지요.

 

 

지난 주에 이어 레모니 스니켓의 <위험한 대결2>를 읽고 모였습니다.

각자의 인상깊은 부분을 낭송하고 짧게 이유를 말한 뒤에 글쓰기를 했습니다.

 

격렬한 거부반응을 보였던 재영이와 승민이의 글을 소개하겠습니다. 

 

전부터 서당에 왔던 재영이가 가장 빨리 글을 다 썼습니다. 익숙한 일이라는 듯 쭉쭉 써내려갔지요.

해서 "부모를 잃은 아이들의 생활이 지독하게 운이 없다"는 재영이의 글에 댓글을 달아주었습니다.

"오히려 얘들이 불행한 사건속에서 배우는 게 많았다. 셋이 뭉쳐서

불행을 헤쳐가는 법을 배웠다 그 점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해?"

 

그 사이 글을 다 쓴 두 명의 친구들이 공기놀이 판을 벌였습니다.

그래서 글쓰기 시간은 댓글달기와 공기놀이 시간으로 변했습니다.

공기놀이를 하다가 "댓글 달았어"하면 다시 책상에 와서 또 답글을 씁니다다.

승민이의 글을 보는 동안 재영이 글에 달았던 댓글에 답글이 달렸습니다.

"그래도 가장 큰 슬픔은 부모님을 잃은 것 같다.

운이 없다는 것은 부모님도 잃고 삼촌도 잃고 했으니까 말이다. 책은 결국 새드엔딩"

그래서 거기에 또 덧글을 달았습니다.

"결과가 슬프다고 해서 세 남매가 그때까지 겪은 일도 다 불행한 것 같진 않다. 

바이올렛이 추리하면서 올라프 백작을 밝혀내는 과정은 통쾌했다고 했다."

 

계속되는 댓글에 재영이 불만을 토로합니다. 그리고 더 이상의 댓글은 금하겠다며 마지막 답글을 씁니다.

"물론 사람에게는 기쁨도 있고 슬픔도 있다는 것은 안다. 그런데 너무 일렀기 때문에 그렇다는 것이다."

재영이는 아직 경험이 없기에 아이들의 기분을 알수는 없다고 했지만

보들레어 가 세 남매에게 너무 일찍 찾아온 부모님의 죽음이 안타깝다고 했습니다.

 

승민이는 글쓰기가 불만이었습니다.

뭘 쓸지 모르겠다며 그냥 재밌게 읽었다고만 했습니다.

이때 옆에 있던 공격적 악플러 재영이 날립니다.

"뇌가 없냐!"

자극받은 승민이가 끙끙대며 반의 반쪽을 썼습니다.

"바이올렛이 멋지게 추리를 했는데 14살에 이런 추리를 할 수 있는 게 신기했다.

서니가 뱀에 물려도 안 울고 뱀이랑 친구가 된 것도 이상했다. 클로스는 똑똑했다."

 

인상깊은 구절 베껴쓰기와 낭송도 바이올렛의 "기막힌 추리"부분에서 뽑았던 승민이었습니다.

그래서 댓글을 달았습니다.

" 만약 바이올렛이 추리해서 증거를 대지 않고도 포 아저씨가 처음부터 아이들의 이야기를 믿었다면 어땠을까?

(그런데 너도 이런 추리력을 갖고 싶은 거야?)"

"클로스가 똑똑하다는 건 다 알고 있다. 이 걸 왜 쓴거지?"

 

반에서 공기 좀 한다는 친구들만 모인 자리(나는 손이 커서 잘 한다지만, 손이 작은 재영이나 예솔이의 공기실력도 대단했습니다)에서 계속해서 1단에서 죽고마는 승민이었지만 승민이도 공기놀이판에 있다가 "댓글 달았어"소리에 답글을 쓰러 왔습니다.

인상을 씁니다.  왜 댓글이 두 개나 되고 이렇게 기냐며.

 

그래도 앉아서 또박또박 글씨를 씁니다.

"추리를 잘하면 좋겠다. 포 아저씨는 아이들 말을 마지막엔 믿어 준다. 포 아저씨는 처음부터 믿어주는 일은 없을 것 같다.

하지만 편수가 올라갈 수록 포 아저씨는 아이들의 말을 잘 믿을 것 같다."

"그냥"

 

일단 본문보다 더 긴 답글의 양! 감탄했습니다.

그리고 내용도 재밌었습니다.

승민이는 포 아저씨를 아주 잘 파악했습니다. 증거 없이 처음부터 아이들을 믿어줄리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승민이는 바이올렛의 추리력, 만능열쇠를 만들어 증거를 찾는 능력이 갖고 싶은 걸까요?

 

 

재밌는 글쓰기 시간이었습니다.

다음 주에는 무슨 게임을 할 거냐며 묻더니, 재영이가 보드게임판을 가지고 오겠다고 합니다. (하하하)

독서토론시간을 흔들려나 봅니다.

 

그럼 다음 주에 만납시다. 안녀엉~

DSC03127.JPG

(2교시 사진이에요. 인도네시아 동요 "동그란 모자는 내거야"를 부르며 춤을 추고 있습니다. 

진솔이, 예솔이, 재영이, 승민이가 보이네요. 호준이는 승민이 옆에 있는데 짤렸습니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