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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과 ‘톡’(talk)하라, 세상과 ‘통’할 것이다!

― 몸으로 읽고 삶으로 활용하는 新 고전 독법

18세기 문인 이옥(李鈺)은 이렇게 말했다. “주자의 글을 서리(書吏)가 읽으면 장부 정리에 익숙할 수 있다.” 또한 움베르토 에코는 논문작성에 필요한 책을 권해 달라는 제자의 부탁에 “나중에 중고자동차 판매상을 하더라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로크의 『인간오성론』을 추천해 주었다고 한다. 인간의 본성과 우주의 이치를 밝히는 성리학의 대가의 글을 읽으면 겨우 장부 정리에 능하게 되고, 논문을 쓰고 학자가 되려는 제자에게 권해 주는 책이 중고차 매매상을 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니, 농담이 아닌가 하고 고개를 갸웃하지 않을 수가 없다. 하지만 무엇이 됐든 바로 그 ‘쓸모 있음’이 바로 고전이 가진 저력이다.

길게는 수천 년, 짧게는 수백 년 동안 고전이 사람들에게 읽히는 이유는 언제, 어디서나, 누구라도, 무엇이든 ‘써 먹을’ 수 있는 ‘다용도’성에 있다. 사랑에 속고, 돈에 울 때, 제 발등 제가 찍을 때, 직장이나 사람을 잃었을 때, 갑작스러운 사고를 당했을 때, 믿고 있던 누군가에게 뒤통수를 맞았을 때 등등 인간이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모든 일에 고전은 적절한 처방전을 내려 준다. 예를 들어, 애인이 친구와 눈이 맞아 끙끙대다 속병을 앓고 있는 사람에게 『무엇을 할 것인가』의 로푸호프라면 이렇게 말한다. “모든 것은 다 거기에 맞는 시간을 갖고 있는 법이오. 그녀(그)는 지금 다른 것을 원하고 있는 게 틀림없어.”(81쪽) 또 『동의보감』을 집필한 허준이라면 이렇게 말할 수도 있다. “마음속에 있는 의심과 염려스러운 생각 그리고 일체 헛된 잡념과 불평과 자기 욕심을 다 없애 버려야 한다. 이렇게 된다면 약을 먹기 전에 병은 벌써 다 낫게 된다”(218쪽)라고.

작년(2010년) 한 해 동안 <수유+너머 남산>의 채운과 안명희가 주축이 되어 <수유+너머>의 연구원들이 신문에 연재했던 글을 토대로 “고쳐 생각하고 고쳐 쓰기를 수도 없이 반복”하여 엮어낸 이 책, 『고전 톡톡 : 고전, 톡하면 통한다』는 50편이 넘는 동서양의 고전을 다루고 있지만 고전을 무작정 많이 읽으라고 하지 않는다. 이 책은 고전을 ‘읽은’ 것에 앞서 ‘말’(talk)하라고 한다. 왜냐하면 고전은 읽을거리이기보다 이야깃거리이기 때문이다. 고전에는 오랜 세월 동안 인간들이 부딪쳐 왔던 (언젠가는 우리 역시도 겪을, 혹은 이미 겪어 버린) 문제들이 오롯이 녹아 있다. 눈물 쏙 빼는 사랑이야기, 시공간을 초월하는 여행이야기, 막장드라마보다 더 볼 만한 가족이야기 등등 수많은 고전 속 이야기에서 나의 이야기(서사)를 발견하는 것, 그리고 그것에 대해 책과 나누는 수다(talk), 이 둘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고전 읽기는 ‘울며 겨자 먹기’의 악순환일 뿐이라고 이 책의 필자들은 믿는다. 그래서 이들은 먼저 각자 자신들의 고민이 담겨 있는 고전과 열심히 수다를 떨고, 그 결과를 글로 풀어낸 다음, 이것으로 또 다시 동료들(이 책의 필자들)과 함께 수다를 떤다. 고전과 나와의 ‘톡’, 고전과 우리와의 ‘톡’이 합쳐진 것이 바로 ‘고전 톡톡’이다. 또 이 책은 고전 작품 해설에서 그치는 기존의 책들과 달리 필자들의 마음을 움직인 ‘씨앗문장’을 골라내어, “직접 암송하고, 베껴쓰고, 나아가 이를 자신의 현실경험과 접속하여 글로 풀어낸”(「책머리에」) 것이기도 하다. 이제 온몸으로 해낸 그들의 ‘톡톡’이 세상과 ‘톡’하고, 마침내 ‘통’할 차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