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날짜 : 2011. 03.26

interviewee : 송혜경, 소하영, 박경환, 정우준, 오선민

interviewer : 우응순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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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유너머 남산에는 아침부터 밤까지 책을 읽고 암송하고, 글을 쓰는 사람들로 와글와글이다. 우리는 모두 배움을 통해 하루하루 삶을 만들어간다. 그리고 우리들에게는 성좌처럼 공부의 길을 보여주시는 스승님들이 계시다. 이번 봄, 워커스는 연구실을 쿵푸의 도량으로 이끌어주시는 스승님들을 찾아뵙기로 했다. 이름하야, ‘공부의 달인을 만나다!’ 우리들 첫 인터뷰의 주인공은 연구실 한문 강학당 <트랜순>의 우응순 선생님이시다. 그 어렵고 난해한 동양 고전의 가르침들을 마치 오늘 일어난 사건사고를 다루듯 자유자재로 생생하게 설명해주시는 고전의 종결자! 자전을 말아드시며 공부를 하셨다는 우리들의 스승님! 우리들은 3월의 어느 토요일 선생님께서 날마다 연구하러 가시는 고려대학교를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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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혜경: 선생님. 저희들은 공부를 막 시작한 초보들이예요. 처음 공부를 하다 보니 의욕만 앞서서 이리 부딪히고 저리 부딪히고 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공부하는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우응순샘: 저는 대학 때부터 지금까지 공부를 하면서 지키는 원칙이 있어요. 그 원칙은 시간 약속 잘 지키기, 스터디 발제와 과제 최선을 다해 준비하기입니다. 이런 간단한 일, 누구나 할 수 있는 이 기본적인 태도가 공부의 시작이죵. 함께 공부하는 사람들 간에 지켜야할 기본예의이기도 하구요.

 

하영: 고미숙 선생님께서는 시간 약속을 반드시 지키고, 공간을 깨끗하게 정돈하고, 언제나 철저히 세미나 준비를 한다! 라는 원칙을 우응순 선생님께 배웠다고 늘 말씀하셨어요. 그것들은 지금 남산 연구실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공부윤리이기도 하구요. 책을 읽는 것, 그 순간을 둘러싼 시공간 전부를 완전히 공부의 장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한 거네요. 참, 저희들은 선생님과 함께 세미나했던 분들 중에는 군대 가기 전날까지도 세미나를 했다는 에피소드도 들었어요. ^.^

 

우응순샘 : 네. 사실이에요. 그런데 그게 당연한 것 아닌가요? ^.^ 군대를 갈 때 가더라도 약속은 지켜야죠. 내가 이상한 가용?

 

워커스: 아닙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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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커스: 저희는 연구실에서 늘 바쁘게 열심히 공부를 합니다. 그런데 공부가 잘 안되는 것 같은 날이 많습니다. 잡념이 많아질 때도 많아요. 선생님께서는 공부가 잘 안 될 때는 없으셨어요? 그때는 어떻게 하셨어요?

 

우응순 샘: 여러분들은 무슨 공부를 하고 있나요? IMG_3322.JPG

 

하영: <탐사>에서 역사 공부를 하고 있고, 영어 훈련도 하고 있습니다.

혜경: <감이당 대중지성> 하면서 한의학의 기초에 대해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박형: 저도 <감이당 대중지성> 하면서 몸에 대해서 배우고 있습니다.

우응순샘: 구체적이지가 않네요. 정확히 어떤 공부죠?

워커스: [...]

 

우응순 샘: 공부를 하는 사람이 필요한 건 자기점검이예요. 자기점검이란 자기가 아는 지점과 모르는 지점을 정확히 알기 위한 노력이죠. 지와 부지의 경계를 제대로 인식할 수 있느냐! 이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공부 할 때 자기가 뭘 알아야하고 뭘 알고 싶은가 분명해야 합니다. 다들 뭉뚱그리며 이야기 하는데 그러면 공부를 제대로 하는 것이 아니군요. 내가 무엇을 원하고, 어떤 것을 공부하고 싶고, 그러기 위해서 지금 어디 서 있는가를 확실히 말할 수 있어야죠! 

  

혜경 : 아. 정말 그렇네요. 하지만, 그것이 쉽지가 않아요. 선생님. 

 

우응순 샘 : 물론 그렇죠. 쉬운 일이 아니예요. ^^ 그러기 위해서 자기중심을 반드시 가져야 합니다. 자신이 정확히 무엇을 공부하는지 알아야 하죠. 그러지 않으면 휩쓸리게 되어있어요. 세상에는 똑똑하고 훌륭한 선생님들이 아주 많잖아요. 그런 분들을 접하게 되면 누구나 그 위대함에 휩쓸려가게 되어있어요. 나도 물론 그랬고요. 

저는 휩쓸려 가지 않기 위해서 훈련을 했어요. ‘휩쓸리면 안된다. 내가 가고자 하는 지점은 이곳이다. ’난 내 목소리를 가져야 한다.‘ 이렇게 나를 다 잡았죠. 그래서 선생님들 수업을 듣고 질문을 할 때도 언제나 적극적으로 질문하고, 제 식으로 소화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어떤 때에는 일부러 삐딱하게 질문했어요. 강의내용의 맥락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삐딱한 질문이 때로는 내가 휩쓸리지 않는 훈련이 되었어요. 스승의 말에 의심을 품어보는 훈련이었죠. 이런 훈련을 반복하면서 저는 내가 알고 있는 것과 모르는 것을 구분할 수 있는 힘이 생겼어요.

 

박형: 그런데 제가 알기로는 고대 동양학에서 사제 관계를 보면 제자가 스승을 절대적으로 믿고 따르는 것 같은데요. 스승님 말씀에 삐딱하게 질문하다가 파문당하는 것 아닌가요? ^.^;;

  

우응순 샘 :아니에요 그건 잘못된 생각이에요. 그렇다면 동양학이 이정도 까지 올 수가 없었을 거예요. 비판이 없는 학문은 학문이 아닙니다. 공자 제자들도 공자한테 엄청 달라붙어서 묻고 또 물었습니다. 그들은 질문하고 회의하는 것 자체를 좋아했어요. 그것은 주자도 마찬가지였죠. 그들에게는 끊임없이 제자와 토론한 텍스트가 남아있어요. 최고의 선생은 제자가 갖고 있는 의혹을 풀어주는 사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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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 : 선생님 트랜순 강의는 재미있다는 소문이 파다합니다.  어떻게 그 어려운 고전의 세계를공자.jpg 그토록 생생하게 만들어주실 수 있으신지, 그게 저는 너무 궁금해요.

 

 

우응순샘 : 공부를 할 때 책, 인물, 시대를 모두 봐야 해요.

그래야 내가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있어요.

 책은 여러 개의 지도이면서 지점이에요. (두리번 거리시면서 사기 책을 꺼내신다) 사기를 가지고 이야기를 해볼께요. 사마천의 사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시대를 알아야 해요. 시대를 알기위해서 당시의 문화적 배경을 알아야 해요. 사마천이 살고 있던 곳이 어디인지, 사마천이 중요하게 생각한 게 무엇인지, 스승이 누구며 친구가 누구인지도 알아야하죠. 이렇게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는 전체적인 맥락을 알아야 하기 때문이에요. 그 지도를 가지고 있어야지만, 내가 공부해 가는 지점을 볼 수가 있어요. 지도 없이 공부해선 안 되지요. 이렇게 공부하는 것도 계속 훈련해야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학문이 놓여 있는 상황과 맥락, 그 전체 안에서 지점을 찍는 공부를 많이 해야 합니다. 이렇게 공부를 하면 자기가 어디로 가는지 그 방향이 보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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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영: 그렇다면 얼마나 열심히 해야 선생님처럼 될 수 있나요? 헤헤헤.

 

우응순샘: 제가 77년부터 했으니까 한 35년? ^.^ 쉽게 얻어지는 건 없어요. 재밌게 공부를 시작하는 건 기본이지만, 달인이 되는 것은  아주 단순하고 반복적이고 장시간 걸리는 것이죠. 그 속에서 공부하는 사람은 지루하고 고통스러운 것을 반드시 거쳐야 해요. 그래야 재미가 오잖아요. 손에서 놓지 않는 게 중요해요. 띄엄띄엄은 안 돼요. 꾸준히, 거침없이 계속! 단축 코스는 없어요. 저는 책을 보지 않는 날이 없어요. 명절 때도 항상 책을 보죠. 한 때는 육아와 집안일로 굉장히 바빴는데요, 그때는 부엌에 아예 컴퓨터를 가져다 놓았어요. 책읽기를 내 생활 속의 일부로 만들었죠.

저는 아주 단순하고 규칙적인 생활을 합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학교에서 책보고 저녁 10시 이후에 들어가요. 그 생활의 반복이죠. 그래서 전 동따예요. 내가 한동네에서 20년 살았는데 아는 사람이 2집밖에 없어요. 아침에 나갔다 저녁에 들어오니 동네 사람들을 만나지를 못했죠. 하지만, 저만 그렇게 공부하는 거 아니에요. 제가 존경하는 선생님들은 60-70대셔서 다 정년퇴임하셨는데, 아직도 하루 종일 식사하시고 공부만 하세요. 그 분들의 생활도 아주 단순하시죠. 오직 공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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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영: 선생님의 스승님을 이야기 하셨는데요. 선생님이 존경하시는 선생님은 어느 분이신지 궁금합니다. 그 분들에게서 어떤 점을 본받고 싶어 했고 어떤 식으로 가르침을 받으셨어요?

 

우응순 샘: 지금 생각나는 분들은 김홍규 선생님, 정규복 선생님, 임형택 선생님이에요. 3분 다 각자의 분야에서 전문가이시죠. 제가 선생님들한테 배운 것은 평생을 계속 공부하는 것입니다. 이분들의 일상생활은 눈뜨면 책보고, 피곤하면 잔다예요. 생활이 거의 수도자 같아요. 공부이외에 다른 곳에 시간을 안 씁니다. 요즘 와서 이분들이 더욱 놀라운 건 학문에 있어서 계속 진화하신다는 거죠. 학문이 한 분야에 정체되어 있지 않고 지금도 변화를 이루고 계세요. 정말 놀랍더라구요. 세 분다 제가 존경하는 분들입니다. 여러분들도 이렇게 해보세요.

 

 

  우리는 처음에 공부의 큰 비법을 얻을 수 있을 거란 기대를 했다. 하지만 대가는 평범한 진리만 말씀하셨다. 단순! 반복! 그런데 어찌된 일일까? 우응순 선생님의 이 간명한 이야기는 너무나 강렬하고 생생했다. 이날 우리는 평생을 한문과 함께 하신 선생님의 뜨거운 마음과 만났다. 눈뜨면 공부하고 피곤하면 자는, 그 간단한 훈련이 만든 엄청난 에너지! 우리들은 인터뷰를 마치고 오는 내내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나를 알고 있는가? 나는 내 공부의 지도를 갖고 있는가? 정말 단순 반복을 제대로 하고 있는가? 재미있고 유쾌한 인터뷰였지만 모두들 망치로 한방 맞은듯했다. 지금까지도 계속 선생님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자신의 중심을 가지고 자기점검하세요. 눈뜨면 공부하고 피곤하면 자면서!’

 

 

 

 

 

▒수유너머 남산 워커스 박경환 기자 (kungfupar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