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실에서 밥을 먹으러 갈 때마다, 커피 한잔 하러 갈 때마다, 복도에 붙은 신문기사와 함께 미누씨 얼굴을 만난다. 다들 아는 그 표정으로 미누씨는 웃으면서 “잘 지낸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하건만! 뭔가 답답한 이 마음. 이주노동자 운동을 어떤 방식으로 이어갈지, 네팔에서는 어떤 활동을 전개할지도 궁금하지만, 그보다 미누씨의 소소한 일상 소식이 더 알고 싶다.

 

 

죠스 누나한테 전화카드가 있대요

 

 

  어느 한가한 오후 카페에서, 문을 꼬옥 닫고, 죠스 언니의 국제 전화카드를 빌려, 핸드폰 수신음을 제일 높게 올리고, 977어쩌고 긴- 전화번호를 눌렀다. “미누씨, 안녕?!”

 

미누) 허허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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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미누씨! 네팔 밥은 잘 먹고 있어요?!

미누) 네, 여기서도 밥 잘 먹고 지내고 있어요. 지금도 아침에는 토마토 챙겨먹고 있고요. 그래도 한국 음식이 그리워요. 그래서 집에 고추장 쪼그만 거 한통이란 그런 거 좀 사다놨어요. 허허

 

웹진) 연구실 밥도 그립지요? (이런 당연한 말을 ―.ㅜ)

미누) 네, 밥당번 할 때가 생각나요. 근데 수유너머에서 밥 할 때, 가끔 밥이 떡이 될 때가 있어서, 허허^^ 처음에는 그론 밥이 많이 나왔었는데, 나중에는 선수가 돼서 그론 밥이 안 나오더라고요.

 

 

 

웹진) 여기 주방에서 같이 밥 했던 사람 중에 특히 기억나는 사람 있어요??

미누) 음... 정수? 메이아빠! 메이아빠가 요리를 잘 하시더라고요. 한국사회에서는 아직 남자들이 앞치마 하는 게 좀 그런데, 수유너머에서는 남자들이 앞치마하고 요리하는 게 많이 인상적이었어요.

 

 

18년만에 만난 가족들

 

 

웹진) 요즘에는 어떻게 지내요?

미누) 지금은 그냥 쉬고 있어요. 오랜만에 집에 와서, 아버지 봥도 청소하고, 집 근처 나무도 다듬고, 신발이나 물건들도 깨끗이 닦고, 그러고 있어요. 주로 집 청소를 하고 있네요. 허허허허허:-> 또래 친구들은 대부분 외국 나가있고, 아는 사람들도 없다 보니 밖에도 잘 안 나가게 되더라고요.

 

웹진) 그래도 오랜만에 식구들이랑 이야기도 많이 하고 그러겠네요.

미누) 아버지하고 대화를 많이 하려고 해요. 오랫동안 못했으니까. 그런데 아버지는 제 걱정을 많이 하세요. 하루는 그러시더라고요. “사람들이 너를 만나면 꼭 물어볼 거다. 다시 갈 건지, 완전히 여기에 있을 건지.” 18년 만에 왔는데, 내가 강제로 잡혀 네팔로 오게 돼서 많이 상처받으신 것 같아요. 특히 이웃 사람들의 시선을 많이 의식하세요.

“18년 동안 아버지 아들은 부끄럽지 않게 살았다.”라고 해도 아버지는 속상하신가 봐요. “그런 걸 사람들이 어떻게 아냐, 그런 건 우리만 아는 거야.”라고 하시지요. 방법이 있나요. 아버지랑, 그리고 가족들이랑 계속 많이 이야기 하면서 이런 걱정을 조금씩 풀어가야지요.

 

 

미누씨 노래가 듣고싶어요! emoticon

 

 

웹진) 그럼, 당분간 계속 가족들과 ‘포카라’에 있는 거에요?

미누) 2달 정도 ‘굴미’라는 네팔 서쪽에 있는 지역에 가게 될 거에요. 굴미에 있는 커피 농장의 농부들을 다큐멘터리로 제작하는데, 그 제작팀이랑 같이 일하게 됐어요. 오랜만에 네팔에 와서 적응 기간이 필요한 만큼 같이 작업도 하고, 사람들이랑 오순도순 이야기도 나누면서 적응력도 키우고, 앞으로의 일들도 생각해 보려고 해요.

 

 

 

스탑.jpg웹진) 네팔에서 노래 부를 계획은 없는지요? 미누씨 목소리를 듣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을텐데...

 

미누) 그런 거까지 진짜 하나도 생각 못하고 있었네요. 밴드멤버들끼리 이런 얘기를 나눈 적은 있어요. 음악은 한국에서 만들고, 목소리는  여기서 녹음해서 음반을 내보자고... 그렇지만 아직 결정된 것은 없고요, 제가 여기서 어떤 노래를 할 수 있을지는 아직 잘 모르겠네요.

아, 근데 26일날 우리 (스탑크랙 다운)밴드 콘서트 있거든요. 내가 거기에 영상 보내주기로 했어요. 장비는 없지만, 하하하. 매형 꺼 디카 있는데, 디카에 영상 기능 있잖아요, 쪼그만 거~ 코걸로 찍어서 보내려고요.

  

 

 

 

수유너머 식구들 … 코끝 찡한 보호소 면회

 

 

웹진) 으하하. 기대되는 데요^^ 연구실에서 다들 미누씨 궁금해 해요. 그런데 가끔 사람들이 미누씨한테 전화하는데 연결이 잘 안된다고 하더라고요.

미누) 하하. 거기 분들은 잘지내시죠? 번호를 잘못 누른 건가. 국제 전화 잘 안해보면 어렵잖아요.^^; 수유에서 전화 없었어요. 그래서 나도 전화 안와서 궁금해 했는데, MWTV쪽에 전화 오니깐 그때 그렇게 소식들 듣나보다, 그렇게 생각했지요.

 

웹진) 혹시 수유너머 식구들 중에 보고 싶은 분들 있나요?

미누) 다 보고 싶지요. 굳이 꼽자면 마지막으로 보호소에서 만났을 때가 생각나요. 그때 고미숙 샘이 면회 오셨는데, 전에 연구실에서 자주 뵌 것은 아니지만 마주칠 때 마다 늘 친근하게 밥은 먹었냐, 굶지는 않냐 물어보시곤 하셨거든요. 그래서 이번에 면회 오실 때도 당연히 웃으시면서 들어오시는 줄 알았어요. 고미숙 샘이 딱 들어오시는데, 처음에는 약간 웃는 얼굴인 것 같았어요. 근데 자세히 보니깐, 우시는 거에요. 엄청. 몇 초 동안은 말도 못했어요, 계속. 사람들도 다 당황했고, 나도 굉장히 당황했어요. 결국 나도 울었지요, 뭐. 사실 상상도 못했거든요, 고미숙 샘이 그렇게 우실 줄은...

 

  아, 또 한번은 복도에 리어카가 들어와서 우리 철장 안에 과자니 뭐니를 계속 집어넣는 거에요~ 나는 장사하러 오신 줄 알았더니, 다 내꺼라는 거에요. 권용선씨를 비롯한 수유너머 식구들이 오셔서 과자니 뭐니 엄청나게 한 빡쓰!를 보내주셨더라고요. 그래서 옆집, 앞집 다 같이 나눠 먹었지요. 보호소 안에서 과자파티를 했어요. 절대 잊을 수 없는 파티였어요. 허허허

 

 

소문은 들어 보셨나 ― ‘수유너머 네팔’ 프로젝트!!

 

 

웹진) 미누씨 보고 싶은데, 미누씨가 못 오니까 우리가 가야겠어요. 내년 2월말 쯤 가려고 계획하는 팀도 있고요, '수유너머 네팔‘을 만들자는 소문도!! 근데 네팔에서 수유너머가 만들어지면 어떨 것 같아요?

미누) 글쎄요... 사실 여기 사람들이 공부를 별로 안 하고 싶어 해요. 그게 문제일 텐데, 하하. 어쨌든 한번 오세요. 여기서 히말라야보고 얘기해요. 여기선 정말 예쁘게 보이거든요^^ 여기서 김치도 한번 만들어보고요~ 허허.

 

네팔지도.jpg 포카라.jpg   

 

웹진) 미누씨 진짜 김치 먹고 싶구나. ㅎㅎ 이제 인터뷰를 마무리해야 할 것 같은데,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릴게요.

미누) 저는 18년 동안 한국에 살았어요. 그래서 그동안 네팔의 가족 얼굴은 한 번도 못 봤지요. 대신, 한국에서 가족 같은 많은 식구들이 생겨서 저는 너무나도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계속 그런 관계를 유지했으면 좋겠고요. 여러분 모두 정말정말 사랑합니다.^^

 

 

  핸드폰으로 들려오는 네팔의 미누씨 목소리는 작아졌다 커졌다 해서, 가끔 못 알아먹고서도 “아...”하고 들은 척 했다. 그 와중에 항상 잘 들렸고, 가장 크고 선명하게 들렸던 것은 미누씨의 웃는 소리. 허허허허 하하하하 웃는 그 소리가 이야기 사이사이로 계속 들려와서 이런저런 걱정이나 심각한 마음은 모두 까먹었다. 어디에 있든지 항상 밝은 마음을 가진 미누씨. 그리고 네팔을 필두로 세계무대 진출을 꿈꾸는 수유너머. 앞으로 미누씨와 수유너머가 어떤 음모를 꾸며낼지 기대가 크다.

 

 

인터뷰: 수유너머 웹진 박수영 기자 (sprangcoo@naver.com)

정리: 수유너머 웹진 박수영 기자 / 유일환 기자 (crispinn@naver.com)

 

협찬: 죠스누나 (국제전화카드 무료로 제공!! 고마워요~ 웹진 회식 때 부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