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 악순환의 사슬을 푸는 열쇠를 찾다!!

 

  책을 읽으면서 나와 비슷한 투정과 의문을 가졌던 이가 어느 날 내가 생각지도 못했던 질문을 한다. 항상 걸려 넘어지던 문턱을 훌쩍 넘어가는 그들을 보며 ‘아니 언제 저렇게 된 거야. 무슨 비법이 있는 거지?’라는 궁금증이 절로 생긴다. ‘그 비법, 혼자만 알지 말고 나도 알려도~!!’라고 생각했던 당신, 당신을 위해 준비했다. 자신만의 문턱을 넘어선 경험기를 낱낱이 밝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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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중지성 3기를 하며 2009년 1년간 단 한 번도 결석을 하지 않은 놀라운 인물 하민용, 그녀가 공부를 통해 스스로의 문턱을 넘은 경험을 들어보았다. 기자의 집요한 인터뷰요청을 극구 사양하던 그녀, 결국 사소해보이더라도 누군가에게는 중요한 길잡이가 되어줄지도 모른다는 말에 인터뷰를 승낙해주었다. 일요일 아침,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카페로 들어선 그녀는 “정말 부끄러워서 어째….”라며 걱정스러워했다. 하지만 유자차 한잔을 앞에 놓고 이야기를 시작하자 그녀의 눈은 반짝거리고 목소리에는 힘이 실렸다.

  대중지성 초기에는 수업보다 뒤풀이가 즐거웠다는 그녀, 대중지성으로 공부의 리듬을 만들며 삶을 변화시킨 지금은 주중 금주를 실행하고 있다고 한다. 뿐인가. 공부에 빠져 10년간의 불면증도 사라지고 심지어 변비까지도 고쳤다고 하니, 이건 무슨 공부가 장날 나타난 약장사의 “이거 한번만 먹어봐~”라며 파는 만병통치약도 아니고 ‘아니, 공부가 뭐길래? 대중지성이 뭐길래?!’라는 의문이 생길법도 하다. 그녀는 어떤 계기로 변화를 만들어갔을까?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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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에는 나라는 변치 않는 실체, 자아, 정체성 이런 것이 굳건하게 있고 나를 힘들게 하는 대상(환경, 제도, 사람, 관습)들이 있어서 그 대상들이 나를 끊임없이 괴롭힌다고 생각했었어. 고통의 근원이 바깥에 있다고만 생각했던 거지. 그래서 해법을 찾지 못했었는데 공부를 하면서‘이렇게 생각한 것부터가 잘못이구나.’라는 걸 알게 되었어. 대상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가 어디서 어떻게 누구를 만나며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관계, 사건이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 거지. 『무상의 철학』을 공부하며 매순간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는 다르다는 찰라멸이라는 개념에서 생각을 전환하게 된 계기를 얻은 것 같아.”


  그녀는 이렇게 공부를 자기 자신에게 적용시켜서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를 관찰하며 나를 바꾸지 않으면 내 삶에도 변화가 없다는 사실을 몸으로 실행하기위해 노력했단다. 하지만, 자신의 상태를 알게 되었다고 해서 누구나 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녀도 쉽지는 않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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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술을 끊는 것, 요가를 하는 것, 공부를 하는 것…. 구체적으로 다가가지 않으면 달라지지 않는 것 같아. 사소한 것을 바꾸는 것, 작은 실천부터 시작해야 몸이 바뀌는 거지. 바로 거기서부터 시작해야 하는 거라고 생각해. 나는 공부를 통해서 나쁜 습관들을 깨닫게 된 경우야. 대중지성 하면 읽어야 되는 책도, 숙제도 오죽 많아?(^^;;) 그런데 시간이 부족하고 몸이 개운치가 않으니 제대로 준비를 할 수가 없는 거야. 왜 그럴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내가 술을 너무 많이 마시더라고. 사실 이전에는 사람들과의 대화는 항상 술을 마시면서 해야 한다고 생각했었어. 그러다보니 늦게까지 술을 마시게 되고 다음날까지 지장을 줘서 시간 이 부족해질 뿐만 아니라 몸도 상하는 거야. 공부할 시간도 없고 요가도 빠지게 되고…. 또 몰아쳐서 뭔가를 하다 보니 안 그래도 즐기던 커피를 과하게 마시게 되고 그것 때문에 다시 위와 식도를 상하게 되고…. 악순환의 연속이었던 거지.”


  그랬다. 나쁜 습관들은 사슬처럼 서로 연결되어 삶에 거대한 힘을 발휘하고 있었다. 헌데 세살 버릇 여든 간다고 하는데 그녀는 어떻게 10년 넘게 몸에 새겨진 나쁜 습관들을 버리고 공부하는 신체로 재탄생하게 된 것일까? 인생의 터닝 포인트, 삶을 바꾼 사소한 습관은 무엇인지 그녀의 증언을 들어보자.


  “피로로 지쳐 쓰러지고 몸이 안 좋아지니까 공부에 지장이 생겼어. 우선 당장 숙제를 하려해도 몸이 따라줘야 하는거지. 그래서 나쁜 습관을 버리는 것부터 시작해야겠다고 마음먹었어. 아침에 밥 한 숫가락이라도 먹고 커피 대신 물과 차를 많이 마시려고 노력했어. 그때 당장은 공부 마치고 시원하게 맥주한잔 하고 싶고, 급할 때는 카페인의 힘을 빌리고 싶고 하지만 그건 당장의 욕망을 채우고 단시간의 효과는 있을지언정 멀리 보면 독이 된다는 생각에 주리를 틀듯 참았지. 사실 완벽하게 지키지는 못했지. 너무 생각나면 술도 한잔씩 했고 커피도 조금 마시고 그랬어. 헌데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생활에 여유가 생기고 내 공부에 확신이 생기니까 나를 극하던 것들을 배짱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된 거야. 그리고 신기한 것이 어느 순간 보니 변비가 사라진 거야. 더 재밌는 게 뭔지 알아? 내가 밤에 책을 펴들고 졸고 있는 거 있지. 불면증이 너무 심해서 항상 눈이 충혈 되어 있었는데 잠을 곤하게 자니까 그것도 사라졌어. 악순환의 고리 하나가 풀리고 나니 연달아 많은 것이 풀리더라고.”


  악순환의 연쇄를 풀어내는 실천은 정말 사소한 것이라도 좋다. 아침밥을 먹는 것, 커피와 술을 줄이는 것처럼 말이다. 그녀는 또 이렇게 전했다. 나쁜 습관, 중독되어있는 것을 무조건 끊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것으로부터 스스로 자유로워지고 통재할 수 있게 되는 것이 중요한 것이라고 말이다. 이쯤 오면, 인이 박인 습관까지 힘들게 바꾸어가며 공부를 함으로써 삶에 있어서 무엇을 얻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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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힘이 생겼어. 전에는 내가 뭐든지 잘 못한다고 생각하고는 항상 뒷전으로 물러나면서 그게 겸손이라고 생각했어. 그리고 고통이라는 실체가 있어서 그것이 끊임없이 나를 압박해오고 있기 때문에 도저히 상황을 뚫고 나갈 수가 없다고 생각했었거든. 그런데 공부를 하면서 이것들과 대결하는 나를 발견하게 된 거야. 이럴 때 ‘내가 이렇게 힘이 강해졌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지. 나에 대한 확신이 생기고, 어떤 것이 중요하고 중요하지 않은지 기준이 잡히면서 외부에서 치고 들어오는 것을 거부할 수 있는 힘이 생긴 거야. 힘은 바로 자신감인 것 같아. 또 희망이자 꿈이기도 하고.”


  정말 그녀는 꿈을 이루었다. 현재 수요일 아침 수유너머 길에서 W-ing과 함께 요가를 하고 있다. 사실 처음에는 요가를 가르쳐줘야겠다고, 몸과 마음을 치유시켜 주고 싶다는 욕심에 잔뜩 힘이 들어가 있었는데 수업을 진행하면서 스스로가 더 많이 배우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한다. 자기의 역량을 파악하고 그것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며 희생심, 인정욕망 같은 사심을 버려야한다는 사실을 여기서 또 몸으로 체득했다는 그녀, 하나의 문턱을 넘었다고 해서 공부가 끝난 것은 절대 아니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한번 얻은 깨달음은 자전거 타는 법을 배운 것처럼 신체에 각인되어 쌓이는 것 같다는 것이 그녀의 생각이다. 이렇게 쌓인 공부가 어떤 사건과 부딪쳤을 때 여기에 매몰되지 않고 상황과 나 자신을 객관화시켜 바라볼 수 있는 힘으로 기능한다는 것이다.

  그렇다. 그녀에게 공부는 이런 것이었다. 마르크스, 들뢰즈, 하이데거 등등 유명한 철학자를 섭렵하려고 욕심을 부리는 것이 아니라, 사소한 것 하나라도 자신의 삶을 발전시키는 기술로 몸에 새기는 것이 좋은 공부라는 것이다. 이렇게 사계절을 공부로 채운 그녀는 이제 공부에 리듬이 생기고 몸이 바뀐 것 같다고 한다. 그렇다면 공부는 언제까지 계속할 생각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녀는 "사는 동안 계속"이라고 대답하며 활짝 웃었다.

 

 

※ 하민용은 대중지성 3기로 수유+너머와 인연을 시작했다. 현재 그녀는 수유+너머 길에서 매주 수요일 아침 요가지도를 하고 있으며, 수유+너머 남산 봄 강좌를 통해 다윈과 푸코를 만났다. 3월에는 마음 세미나를 시작한다. 요가를 수행하며 늘 풀리지 않았던 마음이라는 주제를 함께 탐구해갈 학인들을 만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설렌다는 그녀다.

 

 

수유너머 남산 웹진 기자 : 강애경(aenystor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