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연구실의 젊은이들은 어떻게 공부를 하고 있을까? 각자 다들 자신의 영역에서 분주하기 때문에, 같은 젊은이인 나조차도 알 수가 없다. 그리하여, 젊은이들에게 물어보기로 하였다. 어떻게 무엇을 왜 공부하고 있는지.

 

<   젊은이, 공부하다!? _ 소하영 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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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실에 항상 웃고 있는 젊은이가 있다. 마구 구박을 들어도 젊은이는 여전히 마이 페이스다. 심지어 생물학적으로 여성임이 틀림없음에도 불구하고, 동년배 남성과 동성연애 스캔들이 나고도 그녀는 그저 웃을 뿐이다. 클린턴, 브이 포 벤데타의 가면, 꼬마 기관차 토마스를 닮았다고 놀려대도 그녀의 미간을 찌뿌리게 할 수는 없다. 도대체 이 웃음의 정체는 무엇인가? 어떤 공부를 하길 레 이러한 경지에 이를 수 있는 걸까?

한 가지 단서가 있다면 그녀가 니체 세미나 반장이라는 사실이다. 세미나 반장을 맡을 정도로 니체를 열심히 공부했기에 그런 미소가 가능한 것이 아닐까? 그녀의 가벼움의 정체는 사실 무념의 산물이 아니라, 니체를 공부한 결과가 아닐까? 심각함과 진지함을 혼동하지 말라고, 중력의 영에 저항하여 깃털처럼 춤추기를 권하는 니체가 그녀의 이런 모습을 가능하게 한 것일까? 그녀의 말을 직접 들어보기로 하자.

 

웹진: 니체 세미나는 어떻게 하게 되었나?

하영: 작년에 대학생 케포이 때 본 책 중에 니체의 책이 있었는데 그때 느낌이 좋아서, 덩달아 니체 세미나도 하게 되었어요. 왜 좋았는지는 기억이 안 나요. 아무튼 좋은 느낌이었어요.

 

웹진: 그렇게 겸손하실 필요 없다. 세미나 반장까지 맡고 있을 정도면 니체에 대한 이해가 상당할 것이라 짐작한다. 니체 세미나를 반장까지 맡게 된 데에는 어떤 이유나 계기가 있을 것 같은 데 설명해 달라.

하영: 별다른 이유가 있는 건 아니에요. 전에 반장을 맡고 있던 윤영 누나가 나가면서 누군가 반장을 맡아야만 됐는데, 안 빠지고 계속 세미나에 나오는 사람이 저 밖에 없었거든요. 그래서 제가 맡게 된 거에요. 니체를 잘 이해한다거나, 가장 오래 읽었다거나 이런 거랑 전혀 관계가 없어요. 사실 저 니체 잘 몰라요.

 

(이거 걱정된다. 정말 잘 모르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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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그래도 한 1년 가까이 읽었지 않은가? 배운 거 하나라도 말해 달라.

하영: 음... 스스로 선택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일상이 중요하다? (갑자기 드러눕는다) 에이 잘 모르겠어요. 아직 무슨 말을 할 단계는 아닌 거 같아요. 더 공부하고 말해줄게요.

 

웹진: 흠... (잠시 정적)

세미나의 컨셉이 특이하게도 ‘베껴 쓰기’다. 니체가 말한 ‘천천히 읽기’를 나름대로 실천하는 방식인가, 아니면 베껴 쓰는 작업을 통해 니체 문장의 호흡이나 강도를 배워보고자 함인가?

 

하영: 별다른 의미는 없구요(아뿔싸!). 발제하려고 하다보니까 이해가 안 되는 거예요. 그래서 이해가 안 되면 쓰고 낭독이라도 해보자 해서 세미나 방식을 바꿨죠. 사실 탐독 세미나에서 책 베껴 쓰고 낭독하는 방식이 너무 좋아서 따라해 본건데 역시나, 어려운 책 보기에는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이 없더라구요. 뭐, 그렇게 해도 니체를 다 이해할 수는 없지만.

 

웹진: 베끼고 낭독해서라도 니체를 읽겠다는 마음이 대단하다. 그렇게 고생해서 니체를 읽는 이유가 뭔가? 니체의 저서가 극악의 난이도를 자랑함에도 불구하고 사람을 끄는 어떤 매력이 있는 것인가? (이정도 유도하면 ‘니체가 어렵긴 하지만 이상하게도 사람을 끄는 매력이 있다. 그래서 이해가 안 되고 어려울지라도 애써 보고 있다’정도 답 해주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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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영: 아니요. 그렇게까지 매력 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요?

 

웹진: (!!)

 

하영: 일단 시작을 했잖아요. 시작을 했으니 끝을 봐야죠. 제 목표는 무조건 전집을 읽어보자 였어요. 읽다보면 언젠가 이해가 되지 않을까요? 그리고 세미나를 시작했는데, 중간에 잠깐 흥미가 떨어졌다고 그만두는 건 좀 아니라고 봐요. 몰라도 끝까지 가다 보면 뭔가 얻는 게 있지 않을까요?

 

웹진: 만약 전집을 끝까지 다 읽었는데도, 이해가 안 된다거나 남는 게 없으면 어떻게 할 건가?

하영: 한 번 더 읽죠, 뭐.

 

웹진: 니체 전집을 말인가? 10권이 넘어가는 그 전집을 말인가? 분량으로 치면 5000페이지를 넘어가는데?

하영: 네.

 

웹진: (......) 당신한테 졌다. 그렇게 무작정 공부할 수 있는 힘은 어디서 나오는가?

하영: 젊음이 가진 힘이 그거 아닌가요? ‘시간이 있으니 배 째라, 이해가 될 때까지 보겠다. 하지만 그만두지는 않겠다’ 정신. 니체와 인연을 맺었으니 저는 그 인연이 닿는 때까지 계속 만나는 것 뿐 이예요. 아직 25살 밖에 안 되었느니까, 앞으로 5년 동안 본다고 해도 겨우 30살이잖아요. 30살에 니체를 이해한다고 해도 대단한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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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가 끝나고 그녀는 무식한 이미지로 기사가 나갈까봐 두렵다며 서둘러 자기의 전공인 영어 이야기를 막 하였다. 그런데 내가 보기에는 그녀가 지금 영어 세미나를 두 개나 돌리면서 영어를 잘 하고 있다는 사실보다, 니체 세미나를 끝까지 돌리고 있다는 사실이 더욱 대단하게 느껴진다. 젊은 친구들의 특징이 항심 부족 아닌가. 그들은 자신이 느끼는 매너리즘을, 공부가 재미없다는 핑계로 돌리기가 일쑤다. 그래서 무언가 시작하기도 전에 그만둔다. 왜 이런 걸 공부하냐고, 이게 무슨 의미가 있냐고 물으면서. 아마 그녀라면 이런 반응에 씩 웃지 않을까? 일단 가보자고, 끝까지 가보고 얘기해보자고 하면서. 어쩌면 그녀는 누구보다 니체의 핵심을 찌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니체가 말하지 않았는가. 우리의 가장 큰 적은 오로지 피로 뿐 이라고. 그녀는 피로를 모른다. 그리고 외친다. 이해가 안 돼? 다시 한 번 더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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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유너머 남산 웹진 조지훈 기자(clone19@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