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지금의 자유로움

 - 울프의 《3기니》를 읽고


《3기니》는 자유, 무엇보다 여성의 자유에 관한 글이다. 그런데 울프는 왜 ‘교육받은 남성이 여성에게 어떻게 하면 전쟁을 방지할 수 있겠느냐고 의견을 물어’보는 상황을 문제삼고 있는 것일까. 울프는 이 상황을 통해 먼저 겉보기의 상호협조가 곧 남녀의 평등을 말하는 것이 아님을 지적한다. 남성이 여성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곧 남녀평등이라고 생각하는 남성도, 그러한 요구에 응함으로써 남성과 대등하고자 하는 여성의 욕망도 역시 그녀의 칼을 받는다.


‘교육받은 남성이 여성에게 어떻게 하면 전쟁을 방지할 수 있겠느냐고 의견을 물어’보는 것은 이미 남성중심의 사회가 그 한계에 이르렀음을 보이고 있는 것인데, 이 상황에서 남성이 여성에게 지원을 요청하고 여성은 이에 화답한다는 것은 (가부장적 문화, 사회제도 등의) 문제를 더욱 곤고히 하고 은폐하는 것 이상일 수 없다.


‘교육받은 남성이 여성에게 어떻게 하면 전쟁을 방지할 수 있겠느냐고 의견을 물어’보는 것은 애초에 잘못된 기획이다. 그렇다고 울프가 도움요청 자체를 거부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는 위의 상황이 은폐하고 있는 욕망과 의도 등을 드러냄과 동시에 만약 나를 비롯한 ‘여성’이 전쟁방지를 위한 남성의 노력이 도움을 준다면 이는 반드시 사심없이 행해져야함을 강조한다. 대가로 돌아오는 어떤 명예나 권리를 바라지 않음. 그렇게 할 수 있을 때에만 여성은 남성의 기획들에 협조하면서도 그에게 종속되지 않을 수 있다. 


‘전쟁 방지’를 위해 도움을 요청한다는 상황이 더 흥미로운 것은 자유나 평화, 사랑, 교육 등 단박에 좋아보이는 것들이 얼마나 쉽게 기존체제의 논리를 은폐하는지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남성이 여성에게 요청하는 것이 다른 것이 아니라 평화를 위한 지원이기에, 교육과 국가발전을 위한 노력이기에, 문화와 지적 자유의 수호를 위한 손해의 감수이기에 쉽사리 거부할 수도, 부정할 수도 없다. 또한 그러한 노력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동경의 대상이 되기도 쉽다. 하지만 울프는 진정한 의미에서 자유나 평화는 절대 타인에게 ‘위임’함을 통해서나, 특정한 ‘단체’의 번영을 통해서, 서명이나 기부와도 같은 겉보기에 당위적인 해결법들을 통해 이루어질 수 없음을 말한다. 오로지 스스로, 곧바로 자유로워야하고 평화로워야 한다. 


이를 위해서 여성은 무엇보다 스스로의 삶과 글이 어떠한지 살펴야 한다. 지금 그렇게 생활하고, 그렇게 읽고 쓰고 생계함으로써 너는 지금 자유로운가, 더욱 자유로워지고 있는가. 무엇보다 지금 자신의 생활, 독서, 글쓰기로 인해 야기되는 스스로의 마음상태를 점검해보아야 한다. 그리고 그 마음들에 비추어 자유는 바로 지금 구체적인 방식으로 실천되어야 한다. 여성은 돈벌이를 할 수 있어야하며, 동시에 돈벌이를 위해서나 명예, 사회적 지위를 얻기 위해 의견을 표명하거나 글을 쓰는 행위는 당장에 멈출 줄 알아야 한다. 

예속의 방식으로 존재하게 하는 모든 행위의 멈춤. 울프가 이야기하고 싶었던 '여성'에 대해 내가 그나마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이 정도인 것 같다. 남성, 아버지, 남편 등 어떤 다른 존재에 예속되어 존재하기를 멈추기. 타인에게 존재의미를 구걸하지도, 타인이 부여하는 역할로서 살아가지 않기. 감정적으로든 물리적으로든 스스로가 예속된 채 하는 모든 것들을 끊는 것. 울프의 여성성은 그렇게 시작되는 것 같다. 언제 어디서든 기꺼이 국외자(아웃사이더)가 될 수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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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주 간 울프의 책을 잘(?) 읽었습니다. 

그냥 남는 인상입니다만

울프의 책들, 특히 소설들은 매번 울프의 영혼이 할짝(?) 발가벗겨져 있는 것 같았습니다.

모든 책들에 저자가 베어있겠지만 울프 책은 왠지 더 자신에 대해 적나라하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렘지씨가 그 허약함을 내보이며 작고 작아질 때, 그 모습을 보면서 릴리가 어찌할 줄 모르고 있을 때, 

<파도>에서 친구(?)의 죽음과 함께 모든 것들이 웅성거리고 있을 때, 

<올란도>에서 올란도가 (제가 좋아했던 그 청개구리같은) 러시아 여자 때문에 방황하고, 또 어느 날(?) 달라진 자기 자신을 담담히 이야기 할 때 등등.

저 기묘하고도 멋진 장면들은 울프가 정말 힘들여 활짝 내보여준 덕분에 탄생한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적나라해진 덕분에, 

때로는 실망하고 두렵고 역겨워 고꾸라지거나 스러져버릴 것 같은데 

또 한편 연민하고 다독이며 어느 순간은 방향을 틀어 꼿꼿하고 우아하게 항해를 하고 있는 영혼의 인상이랄까요. -..-;;;;;;;;; 헙헙..

울프가 서 있었던 세계는 그의 작품이름처럼 '파도'였다면.

그런 세계에서 그렇게 아름답게 글을 쓴다는 것은 정말 만만한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파도를 아름다움은 그 스러짐, 그 철썩임, 붙잡히지도 않고 토-.-나올 것도 같고, 아프기도 하고,

그 모든 것들을.... 음... 어떻게 한 걸까요-.- ㅎㅎㅎㅎ 아이 돈 노우~


어쨌든 멋진 작가였고 다이나믹한 작가였습니다.

다음에 또 만날 날을 기약하며, 빠빠이~

(나를 포함)모두들 힘겹게 읽느라 수고하셨어요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