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215

 

후기

 

샬롯 브론테 <제인 에어>

 

낭송하는 금요일_낭금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것 같은 낭금이 어느새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벌써 다음 주가 끝이라니 믿어지지 않네요. 끝에서 두 번째, 앞에서 네 번째 되는 전혀 로맨틱하지 않았던 발렌타인데이 다음날의 낭금의 책은 샬롯 브론테의 <제인 에어>였습니다. 이번 주는 맛있는 김밥과 청포도를 먹으며 진행되었는데, 나중에 집에 가는 버스 안에서 재임양이 말해주기를 먹었던 김밥이 소희양이 직접 돌돌 만 것이라고 하네요! 깨끗하게 말려 있어서 당연히 산 김밥이라고 생각했는데!

 

 

 

  세 명의 브론테 자매는 그들의 책을 다 읽어보지 않았어도 워낙 유명해 알고 계신 분들이 많을 겁니다. 또한 모두의 작품은 아니더라도 한명정도의 작품은 읽어보았을 법 합니다. 저도 <제인 에어>를 읽기 이전에 작가의 동생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을 읽었고, 읽지는 않았어도 <제인 에어>라는 책을 쓴 언니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폭풍의 언덕>같은 격정적인 사랑을 기대하며 첫 페이지를 넘겼습니다. 그러나 남은 800페이지를 읽어가면서 그게 아니라는 걸 여실히 깨달았죠.

 

 

 

  제가 읽은 민음사의 제인 에어는 두 권으로 나눠져 있는데, 첫 권을 읽을 때, 낭금에서도 말했다시피 저는 이게 무슨 평범한 신데렐라 로맨스스토리인줄 알았습니다. 아이의 가정교사가 결국 그 집의 안주인이 된다는 설정은 <사운드 오브 뮤직>을 연상시켰죠. 그런데 2권에 들어서면서 상황은 완전히 다른 국면을 맞이하게 됩니다.

 

 

 

 

  첫 번째 책에서는 첫사랑에 가슴앓이 하는 소녀가 그려집니다. 그녀는 책 바깥에서 보기에 굉장히 귀여운 방식으로 자신의 사랑을 그려나갑니다. 저에게만 귀여운 걸지도 모르긴 합니다만.

 

 

 

샬롯 브론테, <제인 에어> 1권, 민음사 293p

“그렇다면 제인에어여. 네 판결문에 귀를 기울여 보려무나. 내일 아침 네 경대 앞에 앉아 네 초상화를 크레용으로 충실하게 그리려무나. 결점을 하나라도 경감시켜서는 안 돼.어떠한 보기 흉한 선도 빼먹어선 안 돼. 보기 흉한 어떠한 파격도 고쳐서는 안 돼. 그리고 그 그림 아래 이렇게 적으려무나. ‘의지가지없고 가난하고 못생긴 가정교사의 초상’이라고. 그 다음에 아이보리페이퍼를 한 장 꺼내려무나. 그림 도구 상자 안에 들어있을 것이다. 팔레트를 준비해서 제일 선명하고 아름답고 밝은 색깔을 섞고, 제일 가느다란 낙타털로 된 화필을 고르려무나. 그리고 정성들여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얼굴의 윤곽을 그리고 페어펙스 부인에게서 들은 블량슈 잉그램 양의 모양에 따라서 가장 부드러운 음영과 가장 아름다운 색깔을 칠하려무나.”

 

 

  그리고 이런 제인 에어의 고뇌에 나중에 2권의 초반에서 로체스터는 말합니다.

 

 

샬롯 브론테, <제인 에어> 2권, 민음사 44p

“내 눈에는 당신이 미인이오. 거기에다 내 마음속 깊이 바라고 있던 우아하고 속됨이 없는 미인이란 말이오.”

“보잘것없고 대수롭지 않단 말씀이죠. 당신은 꿈을 꾸고 계시는 거예요. 그렇잖으면 저를 비웃고 계시는 거예요. 제발 비꼬아 말씀하지 마세요!”

“나는 또 온 세상 사람들이 다 당신이 미인임을 알게 하겠소.”

 

 

  다음에 인상적이었던 전환점이 있습니다.

같은 책, 민음사 102~p

“이 결혼식은 계속 할 수 없습니다. 장애물이 있음을 말씀드립니다.”

목사는 고개를 들어 발언자를 쳐다보고는 말없이 서 있었다. 서기도 마찬가지였다. 발밑에서 지진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로체스터 씨의 몸이 약간 흔들렸다. 그러나 그는 다시 단단히 발을 고쳐 디디고 나서 머리도 눈도 돌리지 않은 채 말했다. “계속해 주십시오.”

그가 낮고 굵은 목소리로 이 말을 하고 난 후 교회 안은 깊은 침묵에 잠겨버렸다. 얼마 안 있다 우드씨가 말했다.

“지금 주장에 대하여 조사를 하고 그 진위를 판명하기까지는 이 식을 계속할 수가 없습니다.”

(중략)

“장애란 이전의 결혼이 존재한다는 점에 있습니다.”

 

 

  결혼식이 갑자기 중단되더니 예비신랑의 전부인의 존재가 밝혀집니다. 그러나 그것은 절대 놀라움의 끝이 아닙니다.

 

 

같은 책, 108p

“나는 기혼자요. 그리고 나와 결혼한 여자는 지금도 살아 있소! 우드 씨, 당신은 저기에 있는 손필드 장에 로체스터 부인이 살고 있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고 했지만, 거기에 감금되어 감시당하고 있는 이상한 광인이 하나 살고 있다는 소문은 아마 여러 번 들으셨을 겁니다. 그게 나와 배다른 우이동생이라고 소곤거린 사람도 있었겠고, 내가 버린 정부라고 말한 사람도 있었을 거요. 그러나 이제 나는 그게 십오 년 전에 나와 결혼한 내 처라는 것을 확실히 알려드립니다.”

 

 

 

  로체스터의 부인은 그냥 부인도 아니고 광인입니다. 제인 에어는 고뇌하다 로체스터의 집을 몰래 떠납니다. 또한 제인 에어는 부자가 된 삼촌으로부터 막대한 양의 유산을 물려받으면서 경제적으로도 왕자님의 도움이 필요 없어집니다. 그리고 세인트 존이라는 남자를 만나 사랑을 하나 싶더니 큰 화재로 시력을 잃은 로체스터의 곁으로 다시 돌아옵니다.

 

 

 

  책을 읽을 때에는 재미있는 연애소설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스토리가 흡입력이 있기도 하고 또한 재미있는 장면과 대사가 참 많아서 그저 즐길 수 있는 소설이라고 생각했는데, 낭금을 하고 수경쌤의 말씀을 듣고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더 많은 공부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됩니다. (흑흑) 책을 책 자체의 텍스트로 읽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대로, 작가로, 다른 이들의 해석으로 보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저는 내공이 부족해서 텍스트만으로 읽어 내는 것도 잘하고 있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시대나 다른 이들의 시각으로 읽어내는 것은 섣부른 허세가 아닐까하는 생각마저 드니까요. 낭금이라는 별로 상관없는 얘기인 것 같기도 한데, 낭금을 하면서 더 많이 똑똑해지고 싶다는 생각을 자꾸 하게 됩니다.

 

 

 

  수경쌤이 던져주신 물음과 이야기는 그런 것들이었습니다. 식민지를 지배해 얻어지는 주인공들의 막대한 부는 결국 영국의 당시의 제국주의 시대상을 표현한 것이라는 것. 제인 에어의 직업인 가정교사가 의미하는 것. 로체스터의 시력상실이 의미하는 것. 그리고 낭금이 시작할 때 처음엔 시대를 말하게 되고 두 번째엔 대다수의 문학이 책의 도입부에 많은 정보와 단서가 던져진다는 얘기도 해주셨습니다.

 

 

 

  사실 지금 좁은 방 안에서 타자를 치면서 수경쌤이 말하셨던 좁은 방 안에서 종이와 펜을 들고 앉아서 세계를 글 안에 펼쳐나가는 중간계급의 여성을 후기를 쓰면서 상상해보게 됩니다. 해주신 여러 이야기 중에 방 안에 앉아서 글을 쓰는 여자의 이미지가 가장 강렬하게 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