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가 많이 늦었습니다........ㅎㅎㅎ

눈 깜빡깜빡했더니 어느 새 4일이 훌쩍! <젊은 예술가의 초상>은 제 기억 속에서 사라지고~~ 패기 있게 첫 번째로 후기 쓴다고 했던 약속은 지켜야겠고~ 지금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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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조이스의 <젊은 예술가의 초상>을 탁 덮고 난 지금 아무래도 이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GD가 말했었던 것처럼) 아름다운 문장 그 자체입니다. 문학적 소양이 미천한지라 이렇게 유려하고 감각적인 글을 읽은 게 거의 처음이 아닐까 싶어요. 수경쌤이 의식의 흐름 기법이라고 설명해주셨던 기묘하고도 복잡한 내면세계, 그 흐름은 거의 대부분 이해할 수 없지만 문장만으로도 좋습니다...(*-_-*)

 

지금 막 생각이 난 건데, 아름답다는 건 예쁘다는 것과는 뉘앙스가 미묘하게 다른 것 같아요! 뭔가가 예쁘다고 감탄할 때는 어쨌든 그 사물은 저의 익숙한 감각의 범위 내에 있습니다. 혐오스럽거나 더럽다고 혹은 안쓰럽다고 은연중에 간주하는 것들이 모두 제거된 멀끔한 상태를 '예쁘다'고 부른 것 같네요... <인형 같이 예쁜 애>라는 말처럼요. (ㅎㅎ) 하지만 아름답다는 것, 물론 여기에도 여러 가지 맥락이 있겠지만 특히 제임스 조이스의 문체가 아름답다고 말할 때의 그 아름다움은 약간의 공포도 포함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 다음에 무엇, 어떤 세계가 닥쳐올 지 전혀 예상할 수 없는 상태에서만 느껴지는 어떤 감각..음.... 어쨌든 소녀가 갖가지 새의 모양으로 현현했을 때 (이것도 수경쌤이 설명해주신 제임스 조이스의 특징이었죠^0^) 스터븐이 예술가로서의 삶의 환희를 느끼는 장면은 잊혀지지가 않네요! 처음에 책을 읽을 때에는 다른 장면을 골랐는데, 지금 가장 강하게 인상에 남는 것은 이 해변가 장면이에요.

 

 

그는 갑자기 그녀에게서 몸을 돌리고 둑을 건너가기 시작했다. 그의 뺨이 화끈거리고 몸은 불덩이 같았으며 사지가 후들후들 떨리고 있었다. 앞으로, 앞으로, 앞으로, 앞으로 그는 멀리 모래밭을 활보하면서 바다를 향해 미친 듯이 노래했고, 그 동안 그를 향해 소리치고 있던 삶이 임박해지자 그것을 맞이하기 위해 외쳤다. 그의 영혼은 새 세상으로 정신없이 빠져들고 있었는데, 그 바닷속처럼 환상적이고 희미하고 불확실한 세상에서는 구름 같은 형상과 존재들이 오락가락하고 있었다. 하나의 세계인가, 한 가닥 번뜩이는 빛인가, 아니면 한 송이 꽃인가? 번뜩이며 떨리고, 떨리는가 하면 펼쳐지면서, 터지는 빛이요 피어나는 꽃처럼, 그것은 무한히 잇달아 전개되었고, 온통 진홍빛으로 터져서 펼쳐졌다가 가장 파리한 장밋빛으로 퇴색하면서,한 잎 한 잎씩 겹겹이 밀어닥치는 빛의 물결을 이루며 온 하늘을 부드러운 홍조로 물들였는데 시시각각 그 홍조는 더 진해졌다.

그가 잠이 깼을 때는 이미 저녁이었고 누워있던 모래와 메마른 풀도 더 이상 이글거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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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글을 읽을 때마다 저를 되돌아보게 되요. 나에게도 이런 순간이 있었나, 혹은 있을까?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꽃 한 송이 두 송이.... 진홍빛 세상.............) 없으면 하는 수 없지만요. 하지만 저의 '의식의 흐름'에도 분명 스터븐과 같지는 않더라도 어떤 사건들이 일어나고 있을 거예요. 제가 의식하기도 전에 흘러가버리는 게 아닐까요?! 낭금 때도 잠깐 말했지만, 이 책이 확성기 같다는 생각이 자꾸 듭니다. 스터븐이 체험하는 것은 보편적인 경험이 아닌데 자꾸만 명확하게 표현할 수 없는 저의 어떤 감각을 자극합니다. 이게 뭐지...곰곰히 생각하게 만들어요. 신기.

 

 

수경쌤의 강의를 들으면서 가장 좋았던 것은 1부에서 5부까지 매 부마다 스터븐의 언어가 달라진다는 사실을 발견했을 때였습니다. ! 그렇구나!!! (이런 걸 발견해낸 수경쌤도 신기하고, 이렇게 쓸 수 있는 조이스도 씐기하고...) 사실은 조금 감동받았습니다. 저의 삶에 대해서 이렇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거든요. 나 자신이 변하고 있다는 것, 미지의 세계로 내동댕이쳐지는 것은 이미 저의 언어 속에 펼쳐지고 있는 거에요. 다른 언어라는 건 단순히 영어 일본어 중국어가 아니에요. 스터븐 말대로 모국어냐 외국어냐가 중요한 게 아니니까요. 말투, 감각, 사유, 그리고 이것들을 흰 종이에 까만 잉크로 다시 (마치 뜨개질 하는 것처럼) 일련의 흐름으로 짜내는 힘. 삶의 모든 게 변하지 않으면 새로운 언어를 구사할 수 없을 것 같다고 스터븐을 보고 생각했습니다. 새로운 언어를 터득하기까지 우리는 가만히 앉아서 정말로 몸부림치고 있는 거예요. 그런데 또 생각해보면 모두가 이미 변하고 있는 중인 것 같기도 하고. 5년 전에 제가 사용했던 말들과 감정을 진행시키는 방식만 떠올려봐도 지금과 확연히 다르니까요. 제 안의 감정과 엉켜 있는 생각들을 풀어내기에는 언제나 저의 언어가 빈약하다고만 느꼈는데, 스터븐을 보니 당장 표현하지 못한다고 해서 그것을 결핍이라고 볼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표현하든 표현하지 못하든 스터븐처럼 온몸으로 끙끙거리고 있는 와중에 이미 새로운 언어가 조금씩 짜여지고 있는 거라고, 조심스럽게 생각해봅니다. ㅎㅎㅎ

 

부드러운 유동적 환희가 그 대사를 통해 흘렀고, 그 대사에서는 길고도 부드러운 장모음長母音들이 소리 없이 충돌하며 갈라졌다가 끌어안듯 되흘러 와서는, 소리 없는 선율, 소리 없는 울림, 나직이 부드럽게 기절하는 듯한 외침 속에서 그 물결의 하얀 방울들을 언제까지나 흔들고 있었다.

 

 

만약 스터븐이 페이스북에 이 글을 올렸다면 '좋아요' 100번은 눌러주고 싶었던 구절입니다(^^). 조이스 소설이 딱 이런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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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실에 몇 년 있으면서도 낭송하는 금요일을 해본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서로 돌아가면서 이야기하는 색다른 형식도 좋고, 또 신기하게 서로 겹치는 부분들이 많아서 놀랐어요. <데미안> 때 도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면 좋겠어요. 결석하신 '망요선누님'도 나오셨으면 좋겠고... ㅎㅎ

 

다들 요일에 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