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겐슈타인과 불교, 늦은 후기 갑니다^^~

 

1. 일단, 재미있었습니다.^^

<논고> 처음 펴들고, '대체 뭐 이런 책이 있나!' 싶기도 했지만

여로모로 인식론적 충격들-.-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대단한 건 아닐 수도 있지만, "아, 이렇게 볼 수도 있겠구나." 했던 것들이 좋았습니다.

- 전적으로 사적인 감정이란 없다는 것.

- 관련해서 언어와 감정, 사유 등등이 불가분이 아니라는 것.

- 의지 역시, 행동에 앞서 홀로 말할 수 없다는 것

- 언어의 의미는 그것이 지시하는 대상에 의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언어가 쓰이는 삶의 맥락이라는 것.

등등. 정말 놀랍게 다가왔습니다.

 

 

2. 읽기에 대하여

전에는 책을 읽고 읽은 내용을 연결해서 하나의 어떤 덩어리 같은 걸로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요.

근데 그렇게 하는 게

내가 이미 갖고 있는 어떤 틀에 책 내용을 끼워맞추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새로운 덩어리(?)를 만든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이미 갖고 있었던 덩어리를 증식하고 있는?

어쩌면 그렇게 하면서 저는 "아, 이해했다" 여기는 건가 싶기도 하고요.

어쨌든 좀 달리 읽고, 쓰면 좋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특히, 잘 떨쳐내지지 않는 이전의 사유를 박살내는 방식의 읽기가 분명 가능할 것 같은데요.

지금은 아리송합니다.

 

 

3. 진리는 찾는 것이 아니라는 것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하라", "말할 수 없는 것은 보여줄 수 있을 뿐이다"

- 이 가르침은 정말 마음에 새기고 싶습니다.

 

언어의 지시적 용법에 익숙해져 있다보니 '진리'니 '삶'이니 '나' 등등 온갖 명사들에 대해 

"그게 뭐야?" "그게 정말 그런거야?"하고 그 '진짜-절대 의미'를 따지고 싶어집니다.

이게 정말 함정이었어요.

삶, 끊임없이 움직이고 변하는 우리 삶 밖에서 따로 객관적인 뭔가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배운다는 것도 그 객관적 진리-교리 따위를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요.

 

저는 이슬람 신자들이 경전을 대하듯이 책을 대했던 것 같기도 합니다.

절대를 찾기, 혹은 해석하기. 그 절대가 드러내는 의미들을 발견하기?ㅎㅎ

근데 그렇게 절대라 여기는 것 조차 지금 삶의 한 모습이라는 것도 참 희안합니다.

절대찾기의 부질없는 시도는 그만하게 되기를요.

비슷하게, 책을 읽고 특정한 사유나 삶을 모델화하고

그 개념에 매달려 스스로나 타인을 부정하게되는 일도 없기를요.

 

다시 또 저는 읽기로  돌아오게 됩니다.(읽기 집착증-..-)

어떻게 달리 읽을 수 있을지, 어떻게 읽고 쓸 수 있을지.

두 가지 생각이 듭니다.

 

먼저, 어쩌면 위의 질문들도 이상한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지금 드네요.

우리 말이 우리 자신이고, 세계이고 하다면

진짜 끊임없이 다시 읽으려는 그런 시도밖에 없는 것 아닌지.

'어떻게 읽어야지', '다르게 읽어야지' 하는 생각들도 끊은 채로요.

왠지 비장해지곤 하는 '읽어야지'의 생각들도 끊은 채 말입니다.(@.@)

 

다음, 지난번에 채운샘께서 말했던 것 같은데요. 우리의 말-사유를 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고요.

왜냐하면 우리는 이미 자신의 말하기와 사유방식을 가지고 우리들의 말을 볼 수 밖에 없으니깐요.

스스로 객관적 입장에서 말하고 있다는 건 큰 착각이죠.

같이 읽고 공부하는 것 그리고 다른 텍스트들이 필요한 것은 바로 이러한 우리들의 한계들 때문인 것 같습니다.

우리는 타자를 통해서 혹은 타자의 자리에서만 그 나를 제대로 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4. 이번에 만난 불교도 재미있었습니다.

자비나 보살행 등도 정말 멋있었습니다.

근데 때로는 불교에 대해 경이롭게 듣고 있다가도 문득 별게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ㅋㅋㅋㅋ

무슨 닿을 수 없는 대단한 문제 때문이 아니라 바로 우리들의 분별이 우리들의 고를 만든다는 것이라든가

분별을 깨치는 것이 열반의 전부(맞나요?) 라는 것도요.

허탈한 웃음과 함께 감탄하게 되는 그런 가르침이었습니다.

계속 언어를 쓸테고, 또 이 언어와 함께 짜여진 욕망과 느낌들 속에서 살아가겠지만

거기에 계속 걸려 넘어지곤 하겠지만

동시에 그것들이 공임을 아는 것.

한 걸음만 달리 해도 달라진다는 것을 아는 것.

찐하게 삶에 들러붙어 말하고 생각하고 느끼고 살고 하겠지만 그 무상성을 아는 채 그렇게 한다는 것.

그러고보니 이러한 불교의 이미지를 새로 갖게 되었네요-.-

 

 

모두들 잘 쉬시고 다음 학기 횡철 때 또 만나요~

끝나고 또 짜장면과 국수와 채선당과 ㅋㅋㅋㅋ

어쨌든 바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