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가는 무용수의 다양한 모습을 그린 화가입니다. 발레리나가 무대 위에서 한껏 포즈를 취한 모습부터 무대 뒤에서 신발 끈을 묶기 위해 다리를 쩍 벌린 모습까지. 저는 그가 왜 무대 위에 선 아름다운 발레리나와 더불어 무대의 뒤에서 쉬는 무희들까지 그렸는지 궁금했습니다.

 

 

이번에 발레리의 <드가‧춤‧데생>을 읽으면서 어느 정도 궁금증이 풀렸습니다. 발레리는 그 모든 동작들이 신체가 가진 운동성 자체를 화폭에 고정시키려는 드가의 노력이었다고 말합니다. 여기서 운동이란 단순히 이곳에서 저곳으로 장소를 이동하는 운동이 아니라 멈춘 순간에도 존재하는 운동입니다.

 

드가_무용화 끈을 매는 무희1881-83.png 5_98_06_BL_diane1_4626615_0.jpg  드가_압셍트_카페에서.jpg

 

 

 

신발끈을 묶으려고 허리를 푹 숙인 상태에서 중심을 잃지 않는 발레리나의 신체, 일하는 도중 터져 나온 하품 때문에 잔뜩 힘이 들어간 세탁부의 신체, 술 한 잔을 앞에 두고 우울과 피곤으로 무너져 내리는 여인의 신체, 등등. 그 신체들의 겉모습은 멈춰있지만 그 안엔 자세를 바꾸려는 힘의 운동과 그에 맞서 자세를 유지하려는 힘의 운동 등등, 운동성으로 가득합니다. 드가는 그런 멈춰있는 육체의 내적인 운동성을 보여줌으로써 운동의 개념을 재해석 한 것입니다! 때문에 드가의 인물들에게서는 통나무 같은 뻣뻣함이 아니라 각 상황마다 힘의 강약과 긴장감이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