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 ‘천재’ ‘광기’…. 그의 그림은 우리로 하여금 이런 수식어를 붙이게끔 했다. 특히 광기에 시선을 꽂는다. “이런 식이야말로 반 고흐의 삶과 예술을 박제화시켜 버리는 길이다.” 사람들은 이 화가의 행동을 광기로 봤지만 정작 고흐 자신은 광기를 다스렸다고 책은 말한다. 자신의 병을 이용해서 그림을 그린 게 아니라 병을 넘어서기 위해 그림을 그렸다는 것이다.

 

천재 화가의 그림을 광기로부터 해방시키고 있는 이 책에서 반 고흐의 삶은 6쪽으로 압축된다. 세상을 떠난 유명인사들의 인물 탐구서다. 정확히 말하자면 ‘평전 콘서트’다.

 

 

 

그들에 대해 몰랐던, 간과했던 사실을 알려준다. 각 인물들을 소개하는 한 줄의 수식어가 맛깔스럽다. 김홍도는 조선 훈남 아티스트로, 괴테는 질풍노도의 아이콘으로, 연암 박지원은 글쓰기 프리랜서로 등장한다. 지향점은 ‘멘토’다. 연애하고 싶다면 네루다와, 뜨겁게 살고 싶다면 레닌이나 루쉰과, 공부의 달인이 되고 싶다면 이황과 접속해보라고 권한다.

 

‘국민작가’ 염상섭. 식민지 조선과 제국 일본, 해방과 한국전쟁을 마주한 그의 삶은 말 그대로 한국사다. ‘리얼리즘의 최고봉’으로 불리는 그는 ‘군복자락 콤플렉스’에서 벗어나려 글쓰기를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일본 육군 장교의 동생이자 독립선언을 하는 식민지 조선인, 총독부 기관지의 정치부장이자 조선인 소설가였다. 이러한 극단들을 오가던 자신의 모습을 글쓰기로 옮겨 놓음으로써 자괴감으로부터 벗어나 자기 세계와 대면하고자 했다. 혼란스럽고 복잡한 세상 속에서 인간의 내면을 그리는 일은 스스로 ‘야차(악마)’가 되기를 자처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염상섭은 스스로 야차가 되기를 선택함으로써 군복자락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 밖에 신()이라 불린 사나이 레오나르도 다빈치, 공자를 존경하고 천리를 믿었던 사회주의 혁명가 호찌민, 광신의 시대에 모든 권위를 의심한 ‘명랑한 사회주의자’ 미셸 드 몽테뉴, 자유를 맛보고 세계를 방랑한 천재 시인 아르튀르 랭보, 자본주의가 잉태한 괴물 카를 마르크스 등 시공을 넘나들며 열정적인 삶을 살다 간 이들과 만날 수 있다. 그들은 친구이자 스승이며, 나아가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을 비추고 있다.

 

‘멘붕’의 시대다. 다들 ‘힐링’ ‘멘토’를 좇는다. 이에 책은 폭넓고 지적인 인맥 쌓기의 장을 마련한 것이라고 자처한다. 글을 쓴 ‘남산강학원’ 연구원들은 이 수많은 스승들을 ‘위대한 어둠’이라 지칭한다. 저자들은 이 어둠 속에서 길을 잃기도 했고, 뜻하지 않은 대답을 얻기도 했다고 한다. 스승들을 만나는 과정에서 느낀 환희와 좌절, 뭉클함이 ‘확성기’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이면서. 평전에 대한 나름의 정의에 눈길이 간다. “지나간 시간과 지금의 시간 사이를, 그들의 언어와 나의 언어 사이를 부단히 길어내는 글쓰기, 그것이 평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