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청소년 인문서당]불안은 자유의 가능성… 두려워 말라
 

최태람(남산 강학원 연구원)


 공황장애를 앓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한다. 갑자기 극도의 공포심을 느끼며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차며 땀이 나는 극단적 불안 증상. 그런데 기이한 건, 불안증에 시달리는 이들이 게임을 하며 불안을 잠재운다는 사실이다. 게임 캐릭터 레벨을 높이고 아이템을 사 모으다 보면 시간은 훌쩍. 자극적인 게임 세계에서의 명망이 높아지고 그것이 주는 쾌감이 커질수록 10대들은 더 허구적 세계에 집착하게 된다. 그러다 현실로 돌아오면 불안감은 증폭되고,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현실을 외면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그대의 불안은 어디에서 오는가. 불안이 그대의 심신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가. 자기 자신과 솔직히 마주할 능력도 없고, 타인과 대면할 능력도 없는 이들은 조그만 일에도 분노를 제어하지 못하고, 너무나 쉽게 무력감에 빠져버린다. 바깥과 소통하지 못하고 게임이나 단짝 친구, TV 등과 같은 폐쇄된 관계 속에 집착하고 자기 안으로만 빠져드는 자폐적 십대들. ‘공황장애’는 그들이 스스로 만든 도피처가 아닐까. 현실을 봉쇄하는 자들이 느끼는 정체불명의 불안은 약자나 외부자, 심지어는 자신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파괴적 형태로 흘러가기 쉽다. 자신의 불안을 왜곡해서 대상에 투사해 버리는 것이다. 불안은 지금 그대들의 영혼과 젊음을 잠식하고 있다!

 물론, 누구나 불안을 느낀다. 평생 불안증에 시달리면서 불안을 자신의 철학적 주제로 삼았던 쇠렌 키에르케고르(1813~1855)는 인간 존재가 본질적으로 불안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가 말하는 불안은 현실과 마주한 자가 느끼는 떨림 같은 것이다. 생각하고 선택하고 자신의 힘으로 행동해 나가야 하는 자는 아직 오지 않은 시간 앞에서 불안을 느낀다. 그러나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은 무수히 많은 가능성의 시간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불안은 이제 막 무언가를 시도하려는 자의 특권이기도 하다.

‘그림(Grimm)의 동화에는 불안에 빠졌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배우기 위해서 모험을 떠나는 젊은이의 이야기가 있다. 이 모험가가 자신의 길을 가는 도중에 무서운 것을 만났는지 여부에 괘념하지 말고 그가 자신의 길을 가도록 내버려두기로 하자. 그렇지만 나는 이것이야말로 모든 인간이 겪어야 하는 일이라고 말하고 싶다. … 불안은 자유의 가능성이다.’ (쇠렌 키에르케고르, <불안의 개념>)

 모험을 떠나는 젊은이는 홀로 자신의 길을 걸어가며 실패하고, 절망하고, 배우면서 스스로를 다져갈 것이다. 그는 불안하리라. 하지만 그의 불안은 세계에서 느끼는 공포도 아니고, 금지된 것에 대한 불만도 아니며, 현실로부터 달아나거나 자신을 숨기려는 나약함도 아니다. 모험을 떠나는 과정에서 온갖 일들을 겪으며 세상과 새롭게 만날 수 있는 힘을 얻는 사람만이 불안을 제대로 느끼고 경험할 수 있다. 그러니 불안을 두려워하지 말라. 모험에 신중함은 필수다. 불안이 없다면 함부로 행동하다가 오히려 넘어지고 다치기도 쉽다. 이게 불안을 제대로 이용하는 법이다.

 불안은 어떤 것도 결정되지 않은 모호한 상태가 가져다주는 심리상태다. 무엇도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모험을 감행할 수 있고 삶을 실험할 수 있는 것. 불안이 자유의 가능성이란 말은 그런 의미로 읽힐 수 있다. 그러므로 불안한 그대, 세상과 주변 사람들을 탓하지 말 일이다. 그대의 불안은 그대를 위해 마련된, 그대가 돌파해야 할 현실이 주는 선물이기 때문이다.

 불안을 핑계 삼아 현실을 외면하는 자들은 우선 자신에게 질문해야 한다. 나의 불안은 어떤 불안인가? 현실을 직면하기 때문에 느끼는 불안인가? 아니면 현실을 외면하기 때문에 느끼는 불안인가? 전자라면 고민할 것도 없다. 키에르케고르의 말처럼 그것은 자유의 가능성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후자라면, 그곳이 그대가 넘어야 할 지점이다. 불안해서 현실을 외면하는 게 아니라 현실을 외면하니까 불안한 거다. 


 자기 망상으로 키운 불안에 그대의 삶을 제물로 바치지 말라. 그대가 버린 현실세계로 되돌아와야 한다.  그 하찮고 더러워 보이는 현실이야말로 그대의 불안증을 치유할 수 있는 진료소다.